SK하닉까지 '장기계약' 시사…메모리 공급 지형 바뀐다(종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5일, 오후 07:09

[이데일리 박원주 기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마이크론에 이어 메모리 ‘장기 계약’을 시사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만연하면서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기존 1년 내외가 아니라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 요청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계는 안정적인 물량과 수익성 확보를 담보할 수 있게 됐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메모리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객들과 중장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장기공급계약(LTA) 체결 요청도 들어오고 있어서 여러가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에 이어 메모리 장기 계약 흐름을 거론한 것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CE)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처음으로 5년짜리 전략적고객계약(SCA)을 맺었다”며 “(이는) 사업 모델의 가시성과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반도체(DS)부문장 부회장 역시 “고객사들과 공급 계약을 연 단위, 분기 단위에서 3~5년의 다년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계약은 1년 내외를 단위로 이뤄졌다. 사이클 산업인 메모리 특성상 가격 급등락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 PC, 일반 서버 등에 대한 수요 예측이 어려웠다. 그러나 AI 시대 들어 산업계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AI 투자 수요가 워낙 강해지면서 핵심 부품인 메모리에 대한 공급 부족 현상이 만연했고, 미국 굴지의 빅테크들마저 범용 메모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 3~5년의 메모리 다년 계약 흐름이 공고해지고 있는 이유다. 이를 통해 메모리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매출 안정성을 기할 수 있고, 수요 기업은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실제 메모리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버용 D램 모듈(DDR5 64Gb RDIMM)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150% 올랐다. 이는 전 분기 상승율(75%)의 두 배 수준이다. 노트북에 주로 탑재되는 범용 D램(DDR 8Gb SO-DIMM) 가격은 올 1분기 180% 이상 뛰며 직전 분기 오름세(35%)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는 제품군을 불문하고 130~150% 폭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계약 기간만 긴 것이 아니라 실제 공급의 최소치를 정해두고, 어느 상황에서라도 무조건 사가야 하는 물량을 정해두는 등의 안전 장치가 있다”며 “메모리 공급사로서는 장기 수요를 어느정도 확보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 전반이 확고한 공급자 우위의 기류라는 것이다.

이외에 대규모로 선수금을 우선 납부한 뒤에 약속된 물량이 공급되지 않을시 선수금이 차감되는 형태의 계약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빅테크 업체들은 단순한 메모리 구매를 넘어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보장하는 장기 계약과 함께 대규모 선수금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메모리 기업들은 이를 통해 대규모 미래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당시 전년 대비 메모리 평균 판매가격이 45% 하락하며 메모리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2024년(63%), 2025년(14%)에 걸쳐 가격이 회복된 뒤, 올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10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시설투자비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16단 HBM4.(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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