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연내 미국 상장 추진…'순현금 100조' 확보 시동(종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5일, 오후 05:40

[이천=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김정남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 절차에 착수한 것은 해외 자금 조달을 확대해 인공지능(AI) 메모리 주도권을 더 공고하게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순현금 100조원 확보를 목표로 글로벌 톱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성장을 이어가려면 재무 체력이 필수”라며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이날 공시를 통해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지난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에 관한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ADR 상장은 외국 회사가 미국 예탁기관이 보유한 해당 기업 주식을 담보로 미국 내에서 거래 가능한 증서를 발행해 주식처럼 거래되게 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SEC 공시기준 등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고 상장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왔다.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중국 알리바바, 일본 토요타, 영국 HSBC, 독일 SAP 등이 대표적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이 현실화하면 기업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를테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은 57%로 미국 마이크론(2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영업이익 역시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마이크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재계 한 인사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더 노출되면 마이크론 투자 수요가 SK하이닉스로 옮겨갈 수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면서도,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신규 주식 발행 후 이를 기반으로 ADR 상장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예탁기관에 맡기고 이를 기반으로 ADR 발행 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의 이번 ADR 상장 추진은 재무건전성 확보 전략과 맞물려 있다. 곽 사장은 이날 “안정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재무건전성을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글로벌 톱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며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재무체력을 확보해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12조6944억원이다. 100조원 순현금을 제시한 것은 일단 삼성전자와 유사한 수준의 재무체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는 AI 시대 들어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 기반 선단공정 전환과 메모리 생산능력(캐파) 확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천문학적인 규모의 반도체 투자금 조달에 대한 고충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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