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롯데 "금융통 모십니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5일, 오후 06:11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롯데·삼성·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퇴임한 금융당국 고위 관료와 은행장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금리와 중동 전쟁, 상법 개정 논의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조달과 재무관리 역량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영향이다.

대기업 금융통 사외이사 선임 현황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되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금융·경제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회사는 고 전 위원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 전반을 총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 전략과 리스크 관리, 중장기 의사결정 과정에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한진칼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전임 김석동 의장에 이어 금융위원장 출신이 이사회 핵심 축을 맡게 되는 구조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시장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통해 이사회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까지 포함하면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들이 주요 대기업 이사회에 잇따라 진입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은행장 출신 인사들의 몸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롯데지주가 전직 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석유화학·건설·유통 등 주력 사업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 전문가를 통해 자본 구조 점검과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효성화학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삼성SDI는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고려아연, 박성호 전 하나은행장은 한진칼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심성훈 전 케이뱅크 은행장은 녹십자,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GS글로벌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금융권 출신 사외이사 확산 흐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기업들이 이들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경력 이상의 실무적 가치에 있다는 평가다. 금리·환율·유동성 변화에 대한 대응 경험은 물론 차입 구조 설계와 자금 조달 전략, 리스크 관리까지 아우르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시기와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사업 확장 중심 전략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재무 전략 자체가 경영의 핵심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권 네트워크도 중요한 자산이다. 회사채 발행이나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금융기관과의 협상, 시장과의 소통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자문을 넘어 실질적인 ‘재무 전략 파트너’ 역할을 기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보다 대기업 이사회가 발언 여지가 크고 처우도 좋은 만큼 전직 관료와 은행장들이 선호하는 자리로 자리 잡고 있다”며 “주주환원 강화와 재무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커진 환경에서 기업과 금융권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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