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거버넌스를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거버넌스를 단순히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한정된 개념으로 볼 게 아니라,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4년 11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론 유상증자와 차입 확대 등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가치 희석 우려가 발생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게 인력·기술 유출을 막고 장기 투자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게 류 대표의 의견이다. 류 대표는 “사모펀드는 투자 후 5~7년 내 엑시트를 염두에 둔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중단, 핵심 공정 해외 이전, 규제 리스크 증가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테네시 현지에 11조원 규모의 제련소를 설립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게르마늄, 갈륨 등 총 13 종의 전략 광물을 생산할 예정이다.
류 대표는 특히 고려아연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손에 쥔 국민연금의 판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5.2%를 보유한 주주로, 현재 최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측 모두 40% 초반의 비등한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더욱 그 표심 행방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 반면, MBK·영풍 측 추천 인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MBK·영풍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류 대표는 기업 거버넌스를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재무·실적’, ‘기술·사업모델’, ‘전략·투자’, ‘ESG·리스크 관리’ 등 네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유상증자·자사주 활용은 악, MBK·영풍 개입은 선’이라는 이분법으로 흘러간다면, 이는 주주자본주의의 이론이 허용하는 복잡성과 균형을 심각하게 축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류 대표는 “장기적 투자와 기술 축적을 통해 글로벌 1위에 오른 기업이 단기 이벤트와 지배구조 체크리스트 위반 등을 이유로, 공적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협공 속에서 경영권을 상실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한국에서 누가 30년, 40년을 내다보는 혁신과 모험에 나서겠냐”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자본시장이 장기 성장과 기업가 정신을 함께 지켜낼 수 있는 거버넌스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