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태가 던진 질문…“거버넌스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5일, 오후 06:55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는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근본 질문을 던졌다. 거버넌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연금은 최윤범 회장 이사 재선임에 ‘의결권 불행사’를 결정했다. 형식은 기권이지만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라는 사유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반대다. 문제는 이 판단이 무엇을 기준으로 내려졌느냐다.

고려아연은 40년 넘게 흑자를 이어온 글로벌 제련 기업이다. 공정 효율, 회수율, 리스크 관리가 축적된 결과다. 반면 공격 주체인 영풍은 환경 규제와 적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더 기업가치를 창출할 역량이 있는가.

이번 논쟁은 ‘유상증자’와 ‘자사주 활용’ 등 특정 이벤트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단기 의사결정이 아니라 장기 현금흐름의 문제다. 산업 내 지위, 기술 경쟁력, 투자 전략이 핵심이다. 이를 배제한 채 거버넌스를 평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다.

경영권 방어 역시 단선적으로 볼 수 없다. 적대적 인수가 장기투자 축소나 핵심 역량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권 방어는 오히려 주주가치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 경영권 방어 행위 자체를 곧바로 ‘가치 훼손’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다.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기금운용본부와,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분리된 이원 구조는 투자 논리와 의결권을 단절시킨다. 책임은 분산되고, 판단은 여론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 연기금은 의결권을 투자 과정의 일부로 본다. 분석과 판단, 책임이 하나의 체계 안에 묶여 있다. 반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결정을 외부에 맡기는 구조다. 이 괴리가 반복된다면 시장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거버넌스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누가 회사를 더 잘 키울 것인가’다. 실적, 기술, 전략, 리스크 관리 능력을 함께 보는 통합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고려아연 사태는 경고다. 거버넌스가 형식적 기준에 머무는 순간, 장기 투자와 기업가 정신은 위축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능력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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