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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VC 업계에 따르면 초기 투자 전문사 매쉬업벤처스는 국내 VC 최초로 'AI 파트너' 직책을 신설하고 양성민 파트너를 영입했다. 양 파트너는 현재 투자 검토 및 펀드 관리 체계를 'AI 네이티브(AI-Native)'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기존에는 심사역들이 수작업으로 정보를 수집해 투자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이제는 AI가 스타트업 관련 데이터를 자동으로 취합·분석해 리포트를 생성하는 '투자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투자 결정의 데이터 근거를 강화하는 동시에, 심사역이 서류 작업 대신 스타트업의 기술적 실체를 검증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새 직책을 만드는 대신 AI 전문성을 증명한 인물을 파트너 반열로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장동욱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키고 서비스 담당 파트너로 선임한 것이다. 장 상무는 카카오벤처스에서 가장 AI 친화적인 심사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사 시절 사내 바이브코딩 부트캠프를 주도해 비개발자 심사역들이 AI로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현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었고, 그 실험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조현익 수석 심사역은 LP(유한책임출자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 데이터를 통합한 사내 전용 커스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외부 용역 없이 직접 개발했다.
두 회사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같다. 매쉬업벤처스가 'AI 파트너'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어 조직 안에 자리를 냈다면, 카카오벤처스는 AI 친화적 역량을 증명한 인물을 파트너로 올렸다. AI 전문성이 VC 조직 내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AI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는 투자 업계에서 개인의 커리어 경로와 조직의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매출이나 재무 지표보다 기술적 실체가 판단의 근거가 된다. AI 파트너나 기술 기반 파트너가 투자심사위원회(IC)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면, 엔지니어 관점에서 기술적 해자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구조가 정착할 수 있다.
이미 일부 하우스에서는 AI가 심사 현장을 바꾸고 있다.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LLM 기반 AI 심사역 '메리(Merry)'에게 사번을 부여하고 실무에 투입했다. 투자 신청 기업의 재무 현황, 비즈니스 모델, 경쟁사 구조 등을 분석해 실행 요약본을 자동 생성하는 역할이다. 더벤처스는 AI 심사역 '비키'를 도입한 뒤 기존 1개월에서 3개월까지 걸리던 투자 검토 기간을 일주일로 단축했다. AI가 시장 현황과 경쟁 구도, 검토 포인트를 정리해주면서 심사역이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 결과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이제 VC는 단순히 자본을 공급하는 곳이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프로덕트 전략을 함께 짜주는 '빌더(Builder)'로서의 역량이 요구된다"며 "AI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내재화해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도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