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러닝 붐" 1000만 러너, 이젠 '이것'에 지갑 연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전 10:40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직장인 A(36)씨는 매주 토요일 저녁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나간다. 2년 전 러닝 모임에서 시작한 취미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됐다. 처음엔 운동화 한 켤레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카본 러닝화에 스마트워치, 러닝 전용 조끼까지 갖췄다. 그는 “뛰다 보니 장비에도 욕심이 생겼다”며 “요즘엔 신제품 신발을 구경하려고 백화점 전문관도 찾는다”고 했다.

서울 도심에서 러닝 크루 회원들이 함께 달리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1000만 러너’ 지갑 열린다…봄철 소비 트리거


봄이 돌아오면서 러닝 소비가 달아오르고 있다. 스포츠 업계에서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명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이들의 지갑도 함께 열리는 모양새다. 백화점과 패션 플랫폼의 러닝 관련 매출이 이달 들어 일제히 급등하면서 유통업계 전체가 ‘러너 잡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이달 1~22일 스포츠 상품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러닝 관련 상품 매출이 48%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1~20일 스포츠 슈즈 매출이 38.3% 신장했다. 패션 플랫폼도 흐름을 같이 한다. 무신사 스토어에서 이달 1~20일 러닝화 거래액과 키워드 검색량은 각각 69.7%, 67.5% 뛰었고, ‘러닝’ 검색량은 207%나 폭증했다. W컨셉의 러닝웨어 카테고리 매출도 같은 기간 50% 증가했다.

러닝이 단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 배경이다. 특히 소비 침체 속에서도 가볍게 시작한 라이트 유저들이 헤비 유저로 전환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SNS에 기록을 공유하는 문화도 확산하면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됐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은 2024년 4조원을 넘어섰고, 이 중 러닝화 시장만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러닝이 업계의 ‘황금 카테고리’로 떠오른 건 파생 소비력 때문이다. 러닝화뿐 아니라 기능성 타이즈, 워치, 에너지젤까지 다양하다. 장비에 따른 체감 효과가 큰 만큼 소비 전환도 빠르다. 무엇보다 유통업체들이 최근 강조하는 ‘경험 중심 소비’와도 연결된다. 단순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발 분석·러닝 클리닉·크루 모임 같은 체험과 커뮤니티를 결합하면 체류 시간도 높일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러닝 크루 참가자들이 잠실 일대를 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매주 수요일 저녁 '나이키 롯데월드타워 런클럽'을 운영 중이다. (사진=롯데백화점)


◇단순 러닝화 팔던 유통, 이젠 ‘경험’을 제공한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단순 매대 구성을 넘어 ‘러닝 거점 공간’ 만들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7일 더현대서울 4층에 약 535㎡(162평) 규모의 ‘더현대 러닝 클럽(TRC)’을 열었다. 러닝 브랜드 매장과 체험 공간을 결합한 형태로, 고글·의류·모자 등 러닝 전문 브랜드가 입점했고 한섬 스포츠 전문관 ‘EQL 퍼포먼스 클럽’도 백화점 단독으로 선보였다. 러닝 편집숍 ‘굿러너컴퍼니’에서는 발 모양과 러닝 습관을 분석해 맞춤형 러닝화를 추천하는 풋 스캐닝 서비스도 제공한다.

앞서 롯데백화점도 지난 2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약 694㎡(210평) 규모의 ‘아디다스 브랜드센터’를 열었다. 풋스캔 서비스로 러닝화 선택을 돕는 구조로, 단순히 신발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러닝 습관까지 분석하는 상담소 역할을 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주 수요일 저녁 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잠실 일대를 달리는 ‘나이키 롯데월드타워 런클럽’도 인기”라며 “신상품 러닝화를 선착순 대여하고 전문 페이스 러너가 코치로 동행하는 점이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는 비단 백화점에 그치지 않는다. 편의점과 패션 플랫폼도 러닝 카테고를 강화 중이다. CU는 이달 한강르네상스여의도3호점을 업계 최초 러닝 시그니처 매장으로 열고 물품 보관함·탈의실·러닝 용품 큐레이션 존을 갖췄다. 무신사도 홍대 신발 편집숍 ‘무신사 킥스’ 1층을 러닝 특화 공간으로 꾸몄고, 성수동 2호점에는 ‘무신사 런’을 선보였다. W컨셉에서는 아틀라스 콜렉티프·써코니·순토 등 러닝 전문 글로벌 브랜드가 대거 입점하며 브랜드 취향을 세분화하는 추세다.

업계가 러닝 시장을 단순 스포츠 카테고리가 아닌 ‘차세대 충성 소비자 확보’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유입된 러너는 이탈률이 낮고 장비 구매 주기도 규칙적인 만큼 선점 효과가 크다”며 “입문자부터 마니아층까지 소비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 러닝을 경험하는 공간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유통 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