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 뉴스1 이호윤 기자
정부가 26일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한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 최고가격 조정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세를 볼 때 이날 발표되는 2차 석유 최고가격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부담을 유류세 인하로 일부 흡수해 가격 상승 폭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만약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유류세 추가 인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관련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국제유가 상승 대응…휘발유 리터당 65원·경유 87원 더 내린다
정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7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15%, 경유 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인하율(휘발유 7%, 경유 10%)보다 각각 8%포인트(p), 15%p 오른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따라 휘발유 65원, 경유 87원의 인하 효과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가격 안정화를 시도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고가격제 시행 당시 두바이유는 배럴당 120달러대였으나 최근에는 130달러를 상회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 역시 90~100달러 안팎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유 도입 가격이 오르면 정유사 공급가격이 상승하고, 이후 주유소 판매가격으로 전이되는 구조다. 통상 수입·정제·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일정 시차를 두고 가격 상승이 반영된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정부는 최고가격제만으로는 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세제 인하를 병행하는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는 최고가격제를 조정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경우 국민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유류세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시흥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 불이 꺼져 있다. © 뉴스1 오대일 기자
가격 하락보다 상승 억제 초점…추가 인하 여력 남아
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최근 "최고가격제를 27일 조정해야 되는데 (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제품 최고 가격이 일부 올라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고가격제 인상이 가시화한 만큼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책으로 유류세 인하를 선택한 셈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시장가격과 최고가격 간 격차를 누가 어떻게 분담하느냐의 문제"라며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재정으로 일부를 부담하고, 정유사도 손실을 분담하며 소비자도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민에게 가격 부담을 모두 전가하지는 않되 각 경제 주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을 나눠 갖는 구조"라며 "가격 신호와 부담 완화를 균형 있게 고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하락하기보다는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는 형태로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인하율을 높여 다소 소비자가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 등으로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다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최고가격제만으로는 가격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율을 높이지 않으면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유류세 인하율을 높여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유류세 인하율이 유지됐을 경우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한 부담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동 상황이 장기화해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유류세 추가 인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구 부총리는 "유류세를 더 인하할 한도가 좀 남아 있다"며 "국제유가 상황, 전쟁 상황을 봐서 추가적으로 (인하를) 해나갈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phlox@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