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의 한 마을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레바논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최고지도자가 피살된 데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가 3월 2일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기 시작하면서 중동 전쟁에 휘말리게 됐다.(사진= AFP)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6일 최근 금융안정상황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 우리 경제는 중동 리스크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물가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이 모두 높아진 복합적인 도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취약부문 리스크·금융 불균형 확대 가능성이 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순수입액 비율은 4.6%로 △인도(3.6%) △일본(1.8%) △중국(1.7%) 등 주요국에 비해 높다. 게다가 우리나라 원유 수입 지역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말 기준 70.7%(물량 기준)로 중동 지역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이란 전쟁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당장 한동안 안정적이었던 물가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동 사태 이후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웃돌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서면서다. 한은의 모형분석 결과를 보면 국제유가와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엔 각각 0.2~0.3%포인트 상승 압력을 주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유가와 고환율은 기업에는 비용 상승 요인으로, 가계에는 물가 부담으로 작용해 투자와 소비를 모두 제약한다. 여기에 고물가로 금리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전형적인 성장률 하방 환경인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 물류비 중가 등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하락할 경우 금융 안정도 저해될 수 있다. 원가 부담이 증가해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취약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기존 빚을 갚는 차환도 힘들어질 수 있다.
다만, 한은이 팬데믹(비관)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심각) 당시와 같은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본 결과 국내 금융 시스템 복원력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 결과 금융시스템의 신용공급 여력을 결정하는 예금취급기관의 자본비율은 심각 시나리오에서 상당폭 하락했지만 규제 비율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 위원은 “취약 부문의 자금조달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외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유동성 대응능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사태, 미국 관세 정책, 자산가격 조정 등의 굵직한 변수가 산재해 있는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기조를 강화하면서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