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중소벤처기업 혁신과 이들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성과는 국민의 삶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앞으로의 정치는 ‘돈 쓰는 국가’의 개념을 넘어 ‘돈 버는 국가’로 전환하는데 의의가 있고, 그 길을 이끌겠습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광재 중기부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
6·3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여권 유력 후보로 점쳐지던 이 위원장은 최근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설립한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가 공동위원장직을 택한 건 한국 경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그 여느 때보다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고 공동위원장으로서의 활동이 향후 정치적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책협의회는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70여명의 전문가가 정책을 발굴하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는 협의체로, 이 위원장과 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중소벤처기업을 국가 자산으로 육성해 그 과실을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중기부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 역할을 수락한 계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정보기술(IT)로 한국의 경제 위기를 넘겼다면 AI 시대에는 중소벤처기업을 주축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한성숙 장관과 함께 공동위원장으로서 힘을 합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해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과거 협의회가 학계 위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정책협의회는 대부분 현장에 있는 기업인들로 꾸려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반영해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면 제가 정부와 정당, 양쪽으로 접근해 법안 통과를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거다.”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과 ‘돈 버는 국가’라는 지향점이 어떻게 연결되나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장으로서 모태펀드(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펀드) 출범과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법안 통과 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기 700p(포인트)였던 코스피가 임기 종료 후 2100포인트로 마감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기 전 20년간 코스피는 2100포인트 부근에서 멈춰 있었다. 그 기간 미국에선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이 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을 제외하고 혁신 기업이 거의 창출되지 않고 경제는 정체됐다. 국가는 다시 마중물을 부어 중소벤처기업을 키워야 하고, 그 수혜가 국민으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과거에 좋은 일자리와 성과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나왔지만 AI라는 새로운 무기로 장착된 세상에선 중소벤처기업에서 시작된다.”
-중소벤처기업 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직접 어떻게 분배할 수 있나
“과거 미국 동서횡단 철도 건설에 주로 투자한 주체는 보험회사였다. 보험회사가 장기 상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장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국민에게 분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스웨덴 연금은 전체 기금의 34%를 벤처에 투자한다. 벤처기업 투자로 운용 기금 규모가 늘어난 연기금과 국토 자산, 국가 예산을 종합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면서 ‘돈을 버는 국가’로 전환하고, 이는 다시 국민이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 소득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국가 경영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후에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 모델이 나왔다면 이제 국민들은 출생부터 죽음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국가연금제’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한다.”
-강한 중소벤처기업을 키우려면 어떤 문제부터 접근해야 하나
“중소벤처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먼저 깨부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성장해서 중견기업 수준으로 규모가 커지면 지원은 적어지고 규제가 많아지니까 더 이상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 국회 보고서에선 피터팬증후군 문제를 해결하면 111조원의 가치가 창출되는 효과가 나온다고 전망한다. 기존에 기업을 규모별로 분류하던 방식을 바꿔 글로벌 스탠다드로 전환해야 한다. 종업원 수, 매출액 등과 같은 지표에 집중하기보다 미국처럼 기업의 성장과 미래성을 보고 계속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1000억원의 가치를 가진 개별 회사가 각각 1조원의 규모로 성장하면 1000조원의 가치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도 강해질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돈의 흐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무슨 얘기인가
“하도급 납품대금 입금 기준이 60일로 돼 있다 보니 기업들이 받을 돈은 빨리 받고 줄 돈은 늦게 주는 경향이 있는데, 팩토링(외상매출채권을 금융회사에 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거래) 시스템을 통해 돈의 흐름 속도를 높이면 중소벤처기업이 납품대금을 받아 다른 일을 하고 금융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이 팩토링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적 금융 시스템을 만든 것처럼, 한국도 국가적으로 기업 신용평가를 백업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팩토링을 활성화해야 한다.”
“대기업 신용을 토대로 하도급 기업이 납품대금 채권을 현금화할 수 있는 상생결제 역시 1·2차 하도급 기업은 잘 이뤄지는 반면 3·4차 기업부터는 활용이 잘 안된다. 대기업이나 1·2차 협력사들이 상생결제에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팩토링이나 상생결제 시스템이 특정 기업만 이뤄지면 일부만 혜택을 보지만 전체 기업에 다 같이 적용되면 모두가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된다. 돈의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 경제 성장률이 1% 높아질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은 없을까
“합리성을 따져보면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여야 간 큰 쟁점은 없을 거라고 본다. 한 장관이나 중소기업 업계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서포터즈로서 음지에서 국회의원들을 적극 설득할 계획이다.”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 활동 종료 후에는 어떤 행보를 구상 중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난 이후 제 정치 인생은 덤으로 생각한다. 제가 사회나 국가에 기여한 것보다 과분한 혜택을 받은 만큼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성과가 국민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진보가 생활의 진보로 연결되도록 돕겠다.”
“하나 더 과거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도록 열심히 뒷받침했는데 여전히 강원도는 남북이 유일하게 분단된 지역이다. 앞으로 전쟁을 막고 남북 평화의 길을 만드는 데도 힘쓰려고 한다.”
이광재 위원장은…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노무현 국회의원 보좌관 △제16대 대통령선거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기획팀장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위원장 △제17·18·21대 국회의원 △제35대 강원도 도지사 △제35대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지역위원장 △중소·벤처·소상공인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