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정무위위회-금융위원회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 등을 불러 ‘중동 상황 관련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중동전쟁에 따른 금융시장·실물경제 충격 완화를 당부했다. 금융위는 정부 비상경제본부 산하 금융안정반 내 ‘금융부문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민생·실물경제 자금 지원 △금융시장 안정 △금융산업 리스크 관리 등 세 축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민간 금융권에 “실물경제 방파제”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금융은 실물경제의 방파제라는 생각으로 전 금융권이 하나의 팀이 돼 대응해야 한다”며 “최근 금융권의 차량 5부제 등 에너지 절약 운동 동참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작지만 효능 있는 에너지 절약 과제들을 적극 발굴해달라”고 강조했다.
민간 금융권은 당장 5대 금융지주·은행이 총 53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KB금융지주가 신규자금 14조 4000억원을 포함해 총 17조 9000억원, 신한금융은 신규 13조원 포함 17조원을 각각 중동상황 관련 실물경제 지원에 투입한다. 우리금융은 신규자금 13조원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동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각 은행에서 대출금리 우대, 대출기한 연장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주요 은행들은 수출입 관련 외국환 대출에 금리·수수료를 지원하고, 수출입 업무에는 취급 수수료를 감면할 예정이다.
유가 급등으로 ‘주유비 공포’가 커진 가운데 보험·카드업권은 각각 보험료 할인과 교통요금 지원에 나선다. 보험업권은 자동차 보험료 할인과 장기보험 계속 보험료 납입 유예, 보험계약대출 이자 납입 유예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권은 주유 특화카드에 주유비 할인을 추가 지원하고 대중교통 특화카드(K-패스) 이용시 교통요금 지원 혜택을 늘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이 소상공인 가맹점을 이용하면 지원하는 등 카드업권의 특성에 맞는 상생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각 업권에서는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사회적 책임에 통감하면서도 재무·건전성 관리 측면의 부담을 토로한다. 대표적으로 신산업·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은 그 자체로 다른 대출에 비해 위험가중치(RW)가 높은 데다 포용금융 또한 출연금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며 유가증권·외화자산 관련 평가이익이 줄어 수익성 악화가 예정돼 있는 와중에 신규자금까지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가계대출 관리, 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 손해율 상승,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누적·소비 부진으로 업황이 어려워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지원 대상과 중동사태 영향 업종이 겹쳐 은행의 체감 부담이 작지 않다”며 “정책금융과 연계해 지원 효율성을 높여야 리스크 관리 범위 안에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은 석유·화학업종 구조조정에 이미 6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키로 한 상황이라 석화업종 ‘추가지원’의 부담을 질 수 있다.
자동차 보험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손보업계도 부담이다. 차 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누적 평균 손해율은 지난달 기준 88.1%로, 손익분기점(82~83%)보다 손해율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보험료 인하는 손익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차 운행량 감소가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시차가 필요해서, 차 보험료 인하 효과와 업계의 부담 수준을 함께 살펴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유비 특화카드 할인 등의 과제를 받은 카드업계 또한 “채권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커졌고, 이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업계의 부담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균형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