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대량 주문 안 받아…플라스틱병도 위태" 나프타 대란 전방위로

경제

뉴스1,

2026년 3월 30일, 오후 05:11

중동전쟁 여파로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으면서 쓰레기 종량제봉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9일 경기 고양시의 한 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3.29 © 뉴스1 황기선 기자


"비닐 원자재 가격 인상과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일부 제품 판매 가격이 인상되고 구매 수량이 제한될 예정입니다. (비닐 판매업체)

"수액백 제작에 들어가는 소재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진다면 (의약품 포장재보다 수액백에 들어가는) 소재를 우선 공급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산업의 쌀인 나프타 공급망이 흔들리자 대한민국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에틸렌은 원재료인 나프타를 분해해서 생산한다. 당장 비닐, 플라스틱 용기 등 생활용품 전반에 공급 부족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전방 산업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산업계는 당장은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에틸렌 공급 중단 사태 장기화로 생산 시설이 멈춰 서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생필품 공급 차질 가능성…"제품 가격 인상 압박도"

에틸렌 공급이 위축되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해 비닐 등 생필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3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한 비닐 업체는 최근 "비닐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비닐 원자재 가격 인상과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득이하게 일부 제품 판매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라며 "구매 수량도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또 다른 업체는 "일부 상품은 원료 수급 상황으로 대량 구매 시 일부 주문이 취소되거나 출고가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판매) 수량 또한 조정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주문량이 급격하게 증가해 모든 주문 건은 순차적으로 출고 중"이라며 "재고 소진 시 일부 주문은 부득이하게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제작 과정에는 에틸렌을 기초 원료로 하는 폴리에틸렌(PE)이 필요하다. 비닐봉지 제작이 어려워지면서 쓰레기봉투 대란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공급난에 대한 우려에 나프타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제품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에틸렌의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최근 무섭게 오르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미국·이란 전쟁 전인 27일 1메트릭톤(1MT) 당 640달러였지만 지난 23일 기준으로 1220달러로 급등했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 중인 식음료 업계 역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음료 페트병 제품과 PE 라벨 등 다양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는 버틸 수 있다"면서도 "자재 확보 어려움뿐 아니라 단가 상승이 동반되기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제품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농철을 앞둔 농가 역시 비닐 대란에 시름하고 있다. 농업용 비닐이 필요한데 비닐값이 치솟고 품귀 현상마저 보이는 데 대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비닐을 구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가격마저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영농을 포기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샴푸 등을 생산하는 생활용품 업계도 용기 제작이 어려울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한 생활용품 기업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가격 및 수급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은 제품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은 없지만 상황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 역시 고심이 깊다. 당장 수액을 담은 수액백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정부 역시 수액백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는 업체별로 재고가 확보돼 있어 단기적으로는 생산에 문제가 없지만 중동 상황이 장기화하면 의료 현장 전반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포장 문제도 있지만 수액백에 들어가는 소재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며 "2~3개월 치 생산할 수 있게 (재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태가 시급해진다면 소재를 (중요도에 따라) 분야별로 우선 공급하는 순위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동상황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 시설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소재 기업 등에 따르면 LG화학 여수공장은 이날부터 여수산단 내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나프타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1공장만 가동할 예정이다. 사진은 25일 여수산단내 NCC 2공장 모습. 2026.3.25 © 뉴스1 김성준 기자


韓 산업계 "원자재 및 공급망 모니터링 중점적으로"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산업계 역시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에틸렌을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 합성고무 등을 사용하지 않는 산업군은 찾아보기 힘들다.

합성고무가 필수재인 타이어업계는 현재 6개월 정도의 여분이 있어 현재는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한 타이업계 관계자는 "나프타는 타이어를 비롯한 모든 제조업의 필수재"라며 "6개월 이내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장기화하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도 조금씩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단기적으로는 재고가 있지만 6개월 이후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상황이 갔을 때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원자재 공급) 대체 루트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 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는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내외자재를 구성하는 폴리프로필렌(PP),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등 석화 기반 소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체 관계자는 "재고가 확보돼 있어 당장 공급 부족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중동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불확실하기에 비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동 상황이 발생한 후 처음에는 직원의 안전 확보에 집중했고 지금은 원자재 및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선 업계 역시 전선 피복재 수급 방안을 두고 대책 논의가 한장이다. 전선 피복재에는 PE, 폴리염화비닐(PVC)이 필요한데 이 역시 나프타를 기반으로 생산한다. 한 전선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확보해 둔 재고가 있어서 단기적으로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태 장기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피복 가격이 현재 올랐다"며 "재고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수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