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관심이 아니다. 인구감소와 산업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중심의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면서 그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기업을 주요 파트너로 삼다 보니 자연스럽게 K컬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데일리는 젊은 인재와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극인 고토다 지사를 도쿠시마현청에서 만났다. 고토다 지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 기업과 교류·협력을 늘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도쿠시마현은 일본 4대 섬 중 하나인 ‘시코쿠’ 동부에 위치해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오사카, 교토, 나라 등이 있는 관서지방과 인접한 지역이다. 현지 기반 유명 글로벌 기업으로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오오츠카제약, 세계 최초로 백색·청색 LED를 개발한 니치아 화학공업 등이 있다.
도쿠시마현은 글로벌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스타트업이 현지 대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기술검증(PoC)을 하도록 이어주거나 현지에 정착하도록 돕는 식이다. 또 배터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기획 중이다.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면 지원할 방침이다.
도쿠시마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바 있다. 2024년 말부터는 한국을 유일한 국제선 취항지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과 관광객 유치에 적극인 이유다. 한국과 교류를 확장하기 위해 정기편을 매일 운항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고토다 지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문화·사회를 접할 수 있다”며 “워케이션. 즉, 일과 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쿠시마”라고 강조했다.
10평 남짓한 고토다 지사의 집무실 양 옆에 세워진 푯말에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 원격근무)’을 즐기라는 광고물이 전시돼 있다. 테이블 위에는 지역 특산품인 청귤, 고구마, 쪽으로 만든 화장품, 스카프, 간식들이 놓여져 있다.
고토다 마사즈미 도쿠시마현 지사. (사진=도쿠시마현)
◇“지역서 유니콘 만들고자”…인재·기업 동시 육성 전략
일본 정부가 2022년 11월 스타트업 육성 5개년을 발표한 지 3년 반가량이 지났다. 일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끌고 있다. 도쿠시마현 역시 신산업 투자와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인 지자체 중 하나다. 도쿠시마현은 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에서 9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은행 예금 저축률도 일본 톱 수준이다. 현은 풍부한 지역 자금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고토다 지사는 “제2의 오오츠카화학·니치아 화학공업을 탄생시키기 위해 구성원 전체가 힘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토다 지사는 대표적인 예로 IT 기업 ‘산산’을 들었다. 도쿄에 본사를 둔 산산은 2010년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에 위성사무실을 냈다. 이후 공모가 기준 약 1000억엔(약 1조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인정받으며 2019년 도쿄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산산은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에서 고등전문학교를 운영하며 전국에 포진한 인재를 모아 육성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인재가 서울로 쏠리는 것처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며 “최근 들어 지역 기반 기업이 늘어나면서 지방에도 인재가 점차 모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스타트업 정책이 후반기에 다다르면서 일본정부와 지자체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도쿠시마현 역시 글로벌 인재 양성에 적극이다. ‘도비다테’라는 유학 프로그램 만들었다. 매년 청년 30명을 선발한다. 이들이 글로벌 감각을 익히고 돌아와 창업할 수 있게 돕는다.
‘도쿠노와’ 플랫폼도 만들었다. 도쿠시마현에 정착한 기업이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이 IPO 데뷔까지 치를 수 있도록 민관산학이 함께 돕는 프로그램이다. 소프트뱅크, 구글, 도쿠시마대가 협력했다. 사무실, 인력 등 기업이 필요한 자원을 공급한다. 고토다 지사는 “혁신은 ‘제로 투 원’에서 나온다”며 “일본 기업인들과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발견)’라는 단어를 자주 논하는데, 예상치 못한 인재를 발굴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선배 기업가를 다시 도쿠시마로 모으는 움직임도 생겼다. 소용돌이처럼 현 출신 기업가를 빨아들여 후배 창업가와 이어주는 정책이다. 일본 최대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 그룹을 이끄는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회장도 손을 보탰다. 그는 도쿄에 있는 도쿠시마현인회 일원이다.
고토다 마사즈미 지사 집무실 책상에 지역 특산물로 만든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소영 기자)
◇“배터리 산업에 100억엔 투자…한일 경제연대 필요”
고토다 지사는 8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2000년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이래 △2005년 내각부 대신정무관 △2012년 중의원 결산행정감시위원장 △2012년 중의원 동일본대지진 부흥특별위원장 △2013년 내각부 부대신을 거쳤다. 도쿠시마현 지사로는 2023년 5월 취임했다. 고토다 지사는 “22년 국회의원 생활 동안 롯데 신격호 회장과 친분을 쌓으며 한일 교류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며 “지난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기도 해 한국과의 교류 강화가 더욱 뜻깊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제도를 기획 중이라 밝혔다. 기업 보조금을 포함해 투자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는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100억엔(약 941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도쿠시마가 배터리 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요 공급망 설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했던 산요(三洋·삼양)가 도쿠시마에 본거지를 두고 있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쓰는 설치형 축전지가 도쿠시마 파나소닉 에너지에서 생산되고 있고 전기차용 배터리(각형 LiB) 생산·공급 업체인 도요타와 파나소닉 합작법인(JV)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PPES)도 도쿠시마에 있다.
그는 최태원 SK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몇 년 전부터 강조한 한일 경제연대 강화를 언급했다. 중국 배터리 산업에 대항하기 위해 한일 기업이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도쿠시마에 기반을 둔 일본 배터리 대기업에 한국 기업을 더해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가 공장을 지은 구마모토 사례처럼 한일 배터리 산업이 공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