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연구개발 분야 근로시간 유연성 시급하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31일, 오전 05:00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중국의 제조업 굴기와 기술혁신이 가속화하면서 디스플레이, 일반기계·장비, 석유화학, 철강 등에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이 감소 혹은 둔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관련 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시장점유율이 2020년 36.7%에서 2025년 3분기 53.6%까지 확대된 반면 한국은 2020년 36.8%에서 2025년 3분기 31.0%로 감소했다.

일반기계·장비의 경우 중국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2000만 위안 이상인 중국 기업의 실질 부가가치는 2025년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제조업은 6.4%, 장비제조업은 9.2%, 고기술제조업은 9.4% 늘었다. 중국 통계에서 장비제조업은 금속제품, 범용기계, 특수기계, 자동차, 철도·선박·항공우주·기타 운송장비, 전기기계, 컴퓨터·통신·전자장비, 계측기기 등을 의미한다. 중국이 우리의 강점 분야 생산기반을 확충하면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일반기계의 경우 우리의 대중 수출 비율은 2021년 20.6%에서 2024년 13.3%로 하락했고 제3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경우엔 중국의 자급화로 인해 중국의 한국산 수요가 감소하고 기초 유분 등에서는 역으로 우리의 중국산 수입이 늘고 있다. 기초 유분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추가 정제를 거쳐 만들어지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제품으로 플라스틱·섬유·고무·각종 화학제품의 기본 재료다. 저가 중국산 수입은 장기적으로 국내 공급망 교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철강의 상황도 유사하다.

중국의 제조업 팽창이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 제3국 경쟁 심화, 우리의 세계시장점유율 하락을 초래하면서 우리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대응은 쉽지 않다. 우리의 경우 제품고도화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R&D)의 경우 2023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4.96%에 이르는 투자 비율에도 불구하고 연구 인력 감소, 경직된 주당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다. 예를 들어 2023년 제조업 연구자는 31만 4662명으로 전년보다 2780명 줄었다. 반면 중국은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2025년 전체 R&D 지출이 GDP 대비 2.80%에 불과하지만 2023년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업의 전일제 환산 R&D 인력은 연인원 약 482만 명, 제조업 R&D 지출은 2조 969억 9000위안, 한화 약 450조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의 R&D 인력에 대한 주당 52시간 근로 제한은 상당한 자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도의 집중도가 필요한 연구개발이 근로시간 규제로 단절되면서 생산성 제고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제조업 R&D에선 장비 셋업, 불량 원인 분석, 재실험 등을 연속하는데 이런 활동이 규제로 인해 자주 끊어지게 된다. 특히, 핵심 연구자 몇 명에 의존하는 중소·중견기업의 타격이 크다. 우리의 연구인력 공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존 연구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지 못하면 중국과 격차가 커질 우려도 있다.

중국의 경우엔 근로시간 규제에도 불구하고 위반 시 형벌이 아닌 경미한 과태료 부과, 불정시근로제나 종합계산 근로시간제 등으로 인해 중국과학기술협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과학기술 종사자의 근무시간은 49시간 내지 50시간에 이르며 연구원들의 근로시간 유연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제조업은 적은 내수시장 규모, 인력 부족, 강한 노동·환경·안전 규제, 부족한 정부의 인센티브나 보조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 기업 대비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고 있다. 중국을 극복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R&D 분야만이라도 연구집중도 제고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유연성 제고 발언은 R&D 분야에서 우선 실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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