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1일 오전 10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금융위를 상대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진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최종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중동전쟁 여파로 증시가 불안하자 회의를 연기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금융위와 당정협의회가 열렸으나 증시 대책,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논의만 이뤄졌다. 이후 정무위 의원들의 지방선거·지역구 일정, 해외 출장 등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연기됐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3일 두나무(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스트미리(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 CEO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해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정부는 국회와 논의해 올해 1분기까지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하기로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1분기(1~3월) 주요 추진과제에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재경부·금융위 등은 하반기(7~12월) 주요 추진과제로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율 방안 마련(외국환거래법 개정 등)’을 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에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1분기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불발되면서 이같은 일정 모두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렇게 입법이 지연된 것은 미·이란 전쟁 여파도 있었지만, 정부가 위헌 논란까지 불거진 법안에 대해 강행 입장을 고수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50%+1주(51%룰) 지분 구조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쟁점,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15%) 수준인 15~20%로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국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쟁점이 논란이다.
관련해 한국은행은 51%룰에 대해 금융안정 등을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반면 은행이 과반을 차지하는 컨소시엄으로 가면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해 혁신적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고 했지만 이미 성장한 민간 기업의 지분을 추후에 강제 매각하는 조치여서 위헌 논란과 산업 위축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원회의 15~20% 일률적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규제가 시행되면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5대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 제한은 두나무와 코빗 인수를 각각 추진하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민주당이 촉구하는 예외 조항이 포함될지 여부에 따라 지분 매각 여부나 수준, 시점이 달라질 전망이다. (자료=각 사 및 업계 추정)
또한 1300만명 넘게 코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늦어지고 있어, 입법 공백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 등 전체 생태계를 포괄하는 종합 법안으로 일종의 ‘디지털자산 헌법’, ‘디지털자산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재발방지 대책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이용자보호법에는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형 IT 사고나 투자자 자산 가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빗썸 사태 이후 입법을 통한 제도적 보완 없이 당국의 ‘그림자 규제’나 ‘창구 지도’ 방식 감독이 계속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처리되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블록체인 업계에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와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시작될 전망이다. 입법이 늦어지고 불확실성이 계속될수록 신사업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인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에는 빗썸의 오지급 사태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림자 규제로 개선안을 추진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정법인 2단계 입법이 지금 힘들다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 등 1.5단계 입법을 추진했으면 한다”며 “내부통제, 투명성·신뢰성 등을 강화하는 조치를 시급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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