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식품업계 가격 담합 의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냉소와 분노가 뒤섞인 이 반응은 단순한 감정의 배출이 아니다. 오랜 기간 누적된 불신의 표출이다.
중심에 식품업계 맏형 격인 CJ제일제당이 있다. 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다. CJ제일제당은 설탕에 이어 밀가루·전분당까지 담합 의혹에 휩싸이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 설탕 담합으로 15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5.2% 급감했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결기준 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제조사별 밀가루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주들에게 사과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석환 대표는 손경식 대표이사 회장의 인사말을 대독하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고 회사 시스템과 문화를 근본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을 실행하겠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이 질타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밀가루와 설탕은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다. 서민의 삶과 직결하는 식생활 제품인 탓이다. 이 가격이 왜곡되면 그 파장은 가공식품 전반으로 번진다. 소비자의 불신의 화살이 즉각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CJ제일제당은 이미 단순한 식품기업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비고’를 앞세워 K푸드를 세계에 알린 기업의 상징이자, 식품업계의 기준을 만들어온 맏형이다. ‘CJ’라는 브랜드가 갖는 상징성은 더 크다. 외국인들은 ‘CJ’를 통해 K컬처를 가장 먼저 접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K브랜드에 CJ가 갖고 있는 지분은 상당하다. ‘CJ’라는 브랜드의 흔들림은 곧 한류 시장의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환 대표는 지난달 임직원 메시지에서 “회사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다. 사업 모델과 조직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야 한다”고 회사의 위기를 걱정했다. 어찌 보면 CJ의 위기는 K브랜드의 큰 위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위기의식이 현실의 변화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위기 때마다 비슷한 해법을 내놓았다. 조직을 만들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경험이다.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기업이 얼마나 투명해졌는지, 실제로 달라졌는지가 기준이다.
쇄신은 ‘증명’의 영역이다. 내부 통제 강화, 준법 시스템 정비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가격 결정 구조의 투명성, 시장과의 소통,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쇄신 역시 또 하나의 ‘위기 대응 매뉴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틀에 박힌 변화가 아니라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는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쇄신은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반대로 그 변화를 증명해낸다면 이번 위기는 오히려 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