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상속세에 멈춘 33년 가업"…청호나이스, 사모펀드行 갈림길

경제

뉴스1,

2026년 3월 31일, 오전 06:35

청호나이스 충북 진천 제조본부(청호나이스 제공)

청호나이스 유족 일가가 창업주 고(故) 정휘동 전 회장의 별세 이후 3000억 원 안팎의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 회사를 사실상 매각하는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국형 상속세'가 가업 자체를 끊어내는 구조가 아니냐는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얼음정수기 최초 신화'를 쓴 정 전 회장의 33년 가업이 글로벌 사모펀드(PEF)로 넘어갈 갈림길에 서 있다.

유족 일가, 상속세 부담 등에 美사모펀드 칼라일과 매각 협상
3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호나이스 유족 측은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기업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배타적 협상권을 쥔 칼라일이 정 전 회장 지분 75.1%와 계열사 마이크로필터 보유분 13% 등을 한꺼번에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유족 측과 가격·조건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33년간 지배주주로 청호나이스를 이끌어왔다. 최근 공시 기준 청호나이스 지분율은 △정 전 회장 75.1% △동생 정휘철 부회장(8.18%) △마이크로필터(12.99%) △기타 주주(3.73%) 순이다. 정 전 회장은 마이크로필터의 지분 80%도 보유했다.

시장에선 거래 성사 시 청호나이스와 필터사 마이크로필터, 부품사 MCM 등 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지분 100% 기준 약 8000억 원에 글로벌 PEF(칼라일 등) 손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청호나이스 서울 서초 사무실(청호나이스 제공)

창업주 고령화·상속세 부담·후계자 부재 속 '가업존속' 해법은
매각 추진을 둘러싼 최대 관건은 상속세다. 1993년 청호나이스를 창업한 정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12일 향년 67세로 별세했다.

정 회장 보유 지분 75.1%와 계열사 마이크로필터 지분 등이 부인 이경은 회장과 아들 정상훈 씨 등에게 넘어가면서 최대주주 주식 할증을 고려한 실효세율 50~60% 안팎의 상속세(최고 명목세율 50%+최대주주 지분가치 20% 할증 후 과세)가 부과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가 2000억~3000억 원 사이일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상속세를 감당하려면 지배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호나이스 측은 "매각과 상속세 규모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인해 줄 사안이 없다"며 "법정 기한 내 상속 신고를 마쳤고 체납 사항 등은 없다"고 말했다.

청호나이스 이전에도 △상속세 부담 △후계 부재 △후계자(2·3세)가 가업 승계를 원치 않음 등을 이유로 가업을 사모펀드 운용사에 넘긴 사례는 적지 않다.

한샘은 창업주 직계에서 경영 후계자가 없어 여러 판단 끝에 2021년 PEF에 경영권을 넘겼고, 락앤락도 오너 일가가 승계를 포기하고 PEF에 매각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외 △손톱깎이 기업 쓰리쎄븐 △종자회사 농우바이오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 등도 상속세 재원 마련 혹은 2·3세의 승계 의지 부재가 맞물리며 PEF·대기업 품에 안겼다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해법을 놓고 수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세율을 유지하되 일괄공제·배우자 공제를 각각 8억 원, 10억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5년 세법 개정에 이어 올해까지도 상속세 핵심 쟁점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우세하지만, 기업과 일자리의 영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세율은 높은데 가업상속공제 요건과 장기 분납 요건은 선진국보다 빡빡해 2세·3세들이 경영 승계 대신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자산을 택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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