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찍은 이유 있었네…상호금융, '꼼수 대출' 창구 전락[only 이데일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31일, 오후 06:42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하는 등의 ‘꼼수 대출’이 2금융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호금융이 대출 규제 우회 통로로 고착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2금융권을 콕 집어 “철저한 점검과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감독원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개인사업자대출 가운데 실제 용도 외 유용한 것으로 확인·적발된 금액은 총 127건에 587억5000만원이다. 이 중 전체의 85%인 87건(498억5000만원)이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로 나타났다. 2금융권 가운데서도 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적발된 금액이 484억5000만원으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1금융권인 은행(89억원)이나 같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12억4000만원), 여신전문금융사(1억7000만원)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2금융권은 회수율도 낮았다. 은행권에선 40건 가운데 34건을 회수(85%)했지만, 적발 건수가 가장 많았던 2금융권은 87건 중 57건을 회수(65%)하는 데 그쳤다.

개인사업자 대출 용도 외 유용이 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에 몰린 것은 상대적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강도가 낮은 데다 대출 심사가 느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상반기 당시 일반 가계가 규제 지역 내 주담대를 받을 경우 LTV는 40%에 그쳤지만,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대출을 받으면 80~90%까지 적용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 사후 점검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도 꼼수 대출이 일어나는 배경으로 꼽힌다. 사업자대출 실행 당시 차주가 용도를 기재하긴 하지만 실제 용도대로 사용했는지는 그간 대부분 금융사가 ‘셀프’ 조사해왔다.

지난해 수도권 주담대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이 시행된 이후에는 용도외 유용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들이 주담대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규제가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서울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상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은행권이 0.2%에 그친 반면,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은 1.6% 증가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관련 현장 점검에 나서면서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다. 이찬진 원장도 지난 23일 임원회의를 통해 “강남 3구 등 용도 외 유용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업권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점검과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2금융권’을 직접 겨냥했다.

전날부터 현장 점검에 들어간 금감원은 은행권에선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2금융권에선 농협중앙회를 첫 번째 점검 대상으로 삼았다. 금감원은 금융 회사의 자체 점검을 지도하는 동시에 사업자등록일과 대출 취급일이 6개월 이내로 짧거나 용도 외 유용이 이미 적발된 업종의 대출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직접 들여다볼 계획이다.

또 금감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주택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대출금을 즉각 회수하며, 신용정보원에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해 최대 5년간 신규 대출을 제한할 방침이다. 단순히 해당 대출만 회수되는 게 아니라 향후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자대출이 본래 취지와 달리 부동산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제도 보완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후 관리뿐 아니라 대출 심사 단계에서의 통제 강화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문 의원은 “사업자대출이 주택 구입의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금융 질서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난 2금융권에 대해서는 대출 심사 단계부터 사후 회수까지 전반적인 점검을 강화하고,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교란 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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