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산업통상부에 선박 건조에 필요한 절단용 에틸렌 물량 확보를 요청했다. 이후 정부가 에틸렌 확보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조선업계도 산업용 가스 공급망 상황을 재점검하고 나섰다.
‘석화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합성수지의 핵심 원료로 자동차·전자·건설 등 거의 모든 제조업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초유분이다. 조선소에서도 에틸렌은 철판 절단 공정에 사용된다. 철판을 자를 때 고온 화염을 만드는 절단용 산업가스로 아세틸렌이 주로 사용되지만, 에틸렌 역시 고온 화염을 형성할 수 있어 대체·보조 연료로 투입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조선소 철판 절단·용접 공정에 쓰이는 산업용 가스가 석화 불황의 간접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우려한다. 석화 플랜트 가동률이 낮아지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는 업스트림 수급 변화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화 공정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부생가스 발생과 설비 운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산업가스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진다. 반면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설비가 멈출 경우, 생산 효율 저하와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에틸렌을 생산하는 주요 NCC(나트파분해설비)는 수요 부진에 전쟁 영향으로 수급 문제가 겹치며 가동률이 50~6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천NCC를 비롯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는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예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수급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못하고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 현장에서 산업용 가스와 관련 설비 및 유통망을 공유하는 석화업계가 셧다운을 선언할 경우 조선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틸렌을 원료로 하는 폴리에틸렌(PE), 합성수지, 각종 화학제품은 선박 건조를 할 때 전선 피복, 단열재, 도료, 각종 플라스틱 부품 등에도 쓰여 수급난에 따른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2~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해 도크 가동률이 100%에 근접해 있지만 납기 지연, 선박 건조 비용 상승 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산업용 가스와 관련 비축 재고가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전쟁 장기화로 물량 공급이 막힐 경우 복합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