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최근 롯데그룹 측에 롯데렌탈 인수가격 하향 조정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 불허로 인수한 지 2년밖에 안 된 SK렌터카를 재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그에 따른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인수 가격에 반영해달라는 취지다.
당초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이의신청을 통해 새로운 시정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어피니티는 업계 1위인 롯데렌탈 확보를 위해 SK렌터카를 시장에 다시 내놓는 '초강수'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경에는 공정위 내부 기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SK렌터카 매각 외에 어떤 시정방안을 제출하더라도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이 1위, SK렌터카가 2위를 점유하고 있고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특히 장기렌터카와 B2B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가격 인상 제한 같은 행태적 조치만으로는 시장 지배력 전이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경쟁당국의 시각이다.
IB·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2020년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 당시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2위 사업자 요기요를 보유한 DH는 1위 배달의민족 인수를 추진하다 공정위로부터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DH는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1위 사업자 지위를 굳히기 위해 요기요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다만 어피니티의 처지는 DH보다 훨씬 복잡하다. 사모펀드 특성상 자금 회수(Exit)와 수익률이 핵심인데, SK렌터카를 단기 재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DH는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시장 장악력을 최우선에 뒀지만,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두 자산을 맞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펀드 수익률 훼손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딜의 성패는 롯데그룹과의 가격 재협상 결과에 달렸다는 평가다. 어피니티는 당초 인수가에 반영된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당 폭 낮춰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 매각 손실을 롯데렌탈 인수 단가 인하로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그룹도 셈법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룹 전반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렌탈 매각이 시급하지만, 어피니티 요구대로 가격을 대폭 낮추면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현재 시장 상황에서 어피니티가 제시했던 가격 수준에 응할 새 원매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재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어피니티가 딜 자체를 포기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구조적 조치인 자산 매각 외에 법리적으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 협상까지 틀어진다면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막대한 매몰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딜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걸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