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차등지원' 방점 둔 26조 추경…"타이밍 적절, 집중도는 아쉬워"

경제

뉴스1,

2026년 3월 31일, 오후 06:17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6년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31 © 뉴스1 최지환 기자

정부가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충격에 맞서 편성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보편 지원 대신 피해가 집중된 취약계층과 수출·물류 기업에 재원을 집중하는 '선별·차등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추경의 타이밍과 방향성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지원 대상과 분야의 집중도 측면에서는 일부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유가 대응·민생·공급망 3대 축…소득 하위 70% 최대 60만원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추경의 가장 큰 비중은 고유가 부담 완화(10조 1000억 원)다. 정부는 유류비 부담 경감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 차질 없는 추진에 5조 원을 투입한다. 소득 하위 70% 국민 3256만 명에게는 1인당 10만~60만 원의 피해지원금(4조 8000억 원)을 차등 지급한다.

수도권은 10만 원, 기초수급자가 인구감소 특별지역에 거주할 경우 최대 60만 원을 받는다.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돼 지역 상권 활성화도 함께 도모한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나 경기 둔화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고소득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생 안정에는 2조 8000억 원이 배정됐다. 저소득층 생필품을 지원하는 그냥드림센터를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확대하고,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약 2000억 원을 추가 공급한다.

유망 창업가 300명에게 최대 1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4000억 원)와 쉬었음 청년을 위한 'K-뉴딜 아카데미'도 신설된다. 영화·공연·숙박 할인 지원 등 문화·관광 업계 지원(586억 원)과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800억 원)도 편성됐다.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에는 2조 6000억 원이 투입된다. 해운·물류비용 상승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수출 정책금융 7조 1000억 원을 긴급 공급하고, 수출바우처 지원 대상도 기존 7000개 사에서 1만 4000개 사로 두 배 확대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입 비용 지원에는 5000억 원을 편성했으며, 이후 추가 소요분은 목적예비비를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청년 일자리·문화 산업 육성·AI 대전환 관련 예산 등이 '중동전쟁 긴급 처방'이라는 추경 본래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경기 전체가 침체될 수 있는 위기 앞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라며 "모두 일자리·내수 경기 활성화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전쟁 위기극복을 위한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3.31 © 뉴스1 김기남 기자

"타이밍·방향 적절…저소득층 더 두텁게 했으면"
전문가들은 추경의 타이밍과 방향성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타이밍이나 분야별 구성을 봤을 때 대체적으로 잘 짜여진 추경"이라며 "취약계층 지원과 공급망 안정화 예산 확충도 지금 시급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 정책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추경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규모나 시기, 내용 면에서는 일부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에너지 부분에 더 집중하고, 지원 대상도 저소득층 중심으로 좁혀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2차 추경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 재정 여력을 일부 남겨두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 본부장도 "피해지원금의 경우 비율을 낮추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추경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시기와 규모 모두 현 상황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화·청년 창업 등 일부 예산에 대해서도 "에너지 위기 대응이라는 추경 본래 취지와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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