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리스크' 스스로 알린 삼성바이오 노조…고객사 불안 키웠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후 09:44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동조합이 역대급 실적을 배경으로 고강도 투쟁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를 자처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외 신인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노조가 스스로 “파업이 고객사의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고객사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회사의 사업 리스크를 대외적으로 부각시키며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는 지난 3월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앞두고 보도자료 배포 대행 업체를 통해 영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고객사에 중대한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바이오 산업에서 요구되는 24시간 연중무휴 생산 체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가능성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생산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노조 스스로 강조한 셈이다.

노조는 이후 쟁의행위 찬반 투표 가결 사실을 담은 영문 보도자료를 지난 30일 추가로 배포했다. 사측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4월 22일 오프라인 집회를 열고, 이어 5월 1일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위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특수성이다. 생명과 직결된 제약·바이오 산업은 여타 산업보다 보수성이 높은 분야다. 특히 바이오 신약은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1조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는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개발된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고객사의 사업 지속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파트너 선정 시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 오히려 고객사에 공급망 리스크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시사하며 불안 요인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행사인 디캣 위크(DCAT Week)에 참가해 수주 활동을 진행했다. 케빈 샤프 세일즈앤드오퍼레이션(Sales & Operation) 담당 부사장이 포럼에서 사업 경쟁력을 설명하고, 존 림 대표도 현장을 찾아 주요 고객과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의 영문 보도자료 배포 이후 DCAT 현장에서는 공급 안정성을 우려하는 고객 문의가 실제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문 보도자료 배포 자체가 고객을 사실상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시장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행보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세로 수주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경쟁사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단기적 협상 이익을 위해 공급망 신뢰를 훼손할 경우 결국 노조가 주장하는 성과의 과실도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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