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은행 문턱…대출규제 강화에 ‘초우량 차주’만 이용하겠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후 05:10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최소화한 가운데, 올해 은행권의 신규 대출 영업은 초우량 차주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소비자의 시중은행 이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사상 최저인 1.5%로 확정하고 주택담보대출 별도 관리, 다주택자 대출 상환을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선별적 대출’을 강화할 수밖에 없어서다. 5대 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950점을 넘어선 가운데 ‘초우량차주’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처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연간 1.5% 증가 △가계대출 증가액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 별도 관리 △월별·분기별 증가액 관리 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 불허를 골자로 하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2분기 첫 영업일인 4월 1일에서야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받아들게 된 은행들은 “우량·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내주고, 중소기업대출 업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순증가액을 각 1조원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A은행은 지난해 총 1조 4000억원을 늘렸는데 올해는 그보다 작은 1조원, B은행은 실질적으로 9000억원 순증을 관리 목표치로 잡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가계대출 증가액 중 주담대 비중을 일정비율 이하로 관리하고, 월별·분기별 한도 또한 지켜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초우량차주 위주 신용대출, 무주택·1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 선별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며 상대적으로 자본 효율성이 높은 대기업, 기관 대출이나 초우량 차주 중심의 신용대출을 둘러싼 경쟁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금융환경의 변화와 맞물려서 은행이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 우량 차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체 총량을 제한받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환능력이 좋은 차주를 위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의 대출 총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당초에 은행 대출을 이용하던 중신용자도 이제는 2금융권으로 몰릴 수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KCB 기준 954점(단순 평균)으로 집계됐다. 1년 전(939.4점)에 비해 14.6점 높아진 것으로, 은행권의 대출이 초우량 차주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당국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 대출에는 상환 압박을 강화하면서 은행들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 재편 부담도 커졌다. 현재 각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중 임대업 비중은 30% 가량으로 포트폴리오 개편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만기 연장 불허’ 적용을 받는 다주택자 대출 규모가 약 4조 1000억원(만기에 일시상환하는 대출 기준)으로,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2조 7000억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업 비중을 축소하고 다른 업종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최근 대외 여건 영향으로 업황 변동성이 커져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은행 관계자도 “다른 업종으로 무리한 확대보다는 건전성과 생산적 배분을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 실수요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계획”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별 지원하고 정책금융·보증 연계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향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이번 관리방안 발표에 따라 영업점 안내, 전산 시스템 개편 등 소비자 대응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매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때마다 발생하는 일선 창구의 혼란을 흡수해야 하는 것이다. 다주택 임대사업자 차주에 만기 연장을 허용해주는 ‘예외 사례’들 또한 임대차계약 체결 여부, 임차인 유무에 따라 적용 시점과 방법이 제각각이라, 각 은행에 차주의 문의가 몰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중·장기 전략과 자산 포트폴리오를 수립할 수 있도록 가급적이면 일정한 시점에 정책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