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시장 커졌는데 규제는 ‘공백’…공정위, 유통법 개편 착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3일, 오후 05:08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팽창했지만 이를 규율할 법체계는 여전히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커지자 정부가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플랫폼 거래에서 반복돼 온 ‘갑질’ 논란을 겨냥해 대규모유통업법(유통법) 개편에 나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3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 유통시장의 불공정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환경을 법에 반영하고, 납품업자 보호 공백을 메우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2011년 제정 당시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유통 구조는 빠르게 변했다. 국내 총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비중은 2015년 약 14%에서 2025년 약 59%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유통법이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은 매대 중심의 유한한 공간, 고정가격, 현장 수령 구조인 반면 온라인은 검색노출, 실시간 가격 변경, 모바일 광고 등 거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같은 구조 차이로 인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는 사실상 규율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사 가격을 반영해 판매가를 낮춘 뒤, 그 손실을 납품업체에 전가하거나 광고·데이터 서비스 이용을 사실상 강제하는 행위가 꼽힌다. 판촉비나 반품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정위는 앞서 쿠팡이 납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을 요구한 행위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법으로도 일부 규율은 할 수 있지만, 규정이 포괄적이어서 급격히 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의 거래 유형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유통법 자체가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행위 유형에 맞게 조문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불공정행위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각 행위에 대응하는 규율 기준과 법적 근거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가격 인하 부담 전가, 광고·데이터 서비스 강요, 판촉비·반품비 전가 등 주요 거래 유형을 중심으로 위법 판단 기준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방향이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의 플랫폼 규제 사례와 공정위 심결·판례를 종합 분석해, 온라인 거래 구조에 맞는 제도 설계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특히 검색노출, 실시간 가격 변경, 데이터 기반 거래 등 온라인 특유의 유통 환경을 법 체계에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입법 방식도 투트랙으로 검토된다. 대규모유통업법 전면 개정을 통해 온라인 유통 규율 체계를 새로 짜는 방안과, 현행 법 틀을 유지하면서 주요 조항만 보완하는 부분 개정안이 함께 논의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은 가격 결정, 노출 방식, 비용 분담 구조 등에서 오프라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며 “이 같은 거래 구조를 법에 반영해 납품업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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