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中심] IPO 좌절 뒤 6년…홍콩에서 시작된 앤트의 금융 복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4일, 오전 04:38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한때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뒤 본토 규제 아래 사업 재편을 이어온 앤트그룹(Ant Group)이 홍콩에서 다시 금융업 확장에 나섰다. 홍콩 상장 증권사 브라이트스마트증권(Bright Smart Securities & Commodities Group) 경영권을 확보하면서다.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이 멈춰 선 이후 금융지주 체제 정비와 사업 구조 조정에 무게를 실어온 앤트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홍콩 금융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려는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의 한 무역 박람회장에 앤트그룹 전시장이 설치돼있다. (사진=AFP)


홍콩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앤트그룹이 지배하는 위시니스 앤드 프로스페리티 홀딩은 지난달 말 브라이트스마트 지분 50.55%에 해당하는 8억5798만주 인수를 완료했다. 총 인수대금은 약 28억 홍콩달러(약 5449억원)이다. 거래 종결과 함께 앤트 측은 같은 가격으로 잔여 주식에 대한 의무 현금공개매수에도 착수했다. 형식상으로는 경영권 거래지만, 실질적으로는 홍콩 금융시장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거래다.

브라이트스마트는 홍콩 개인투자자 영업 기반을 갖춘 현지 증권사다. 거래가 마무리된 후 브라이트스마트 창업주 측 이사진은 경영에서 곧바로 물러났고, 앤트그룹 측 인사들이 새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면허와 플랫폼, 고객 기반, 영업 네트워크를 함께 편입하는 의미가 더욱 큰 것이다. 앤트 입장에서는 새로 증권업을 위한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대신 이미 영업 중인 현지 브로커리지를 품으면서 고객 접점과 중개 인프라, 오프라인 지점망까지 한 번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본토 안에서 금융업 확장 속도를 조절해 온 앤트로서는 홍콩을 통해 국제 자본과 연결된 사업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금융업 인가와 고객 채널, 현지 영업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진입보다 훨씬 빠른 확장 경로인 셈이다. 수 년전 IPO 중단 이후 규제 정비 국면에 머물렀던 앤트의 금융 진출이 다시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앞서 앤트그룹의 IPO가 멈춘 배경에는 당시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 기조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20년 앤트그룹의 IPO는 약 350억달러(약 51조원) 안팎의 자금 조달이 예상되며 사우디 아람코의 294억달러(약 43조원)를 넘어설 사상 최대 IPO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같은해, 상하이증권거래소는 같은 해 앤트 경영진이 중국 금융당국의 사실상 경고성 면담을 받았고, 이어 핀테크 규제 환경도 바뀌었다며 상장을 중단시켰다. 이후 중국 당국은 온라인 소액대출과 플랫폼 금융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고, 앤트 역시 금융지주 체제 정비와 계열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최근 홍콩 시장의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이번 거래의 함의는 더 커진다. 홍콩은 여전히 중국 기업의 대형 자금조달 창구인 동시에 본토 기업이 해외 금융 비즈니스를 전개할 때 가장 먼저 활용하는 오프쇼어 라이선스 시장이다. 본토 규제가 강화된 뒤 중국 빅테크가 직접 금융 플랫폼을 키우기보다 기존 금융회사를 편입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브라이트스마트 인수는 앤트의 사업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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