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각을 블록체인 기반의 미래 금융 생태계로 넓혀보면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주요국들이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결제망으로 편입시키고 있는 글로벌 흐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우려는 기존의 틀로 새로운 기술의 다원적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사진=챗GPT)
반면, 제대로 설계된 우량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어디서든 즉각적으로 가치를 전송할 수 있는 ‘글로벌 단일성’을 실증해 내고 있다. 실제로 페이팔(PayPal)이나 스트라이프(Stripe) 같은 글로벌 결제 기업들은 국제 자금세탁방지(AML) 등 필수 규제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국경 없는 저비용 결제 인프라를 넓혀가고 있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의 한계론은 시장 초기 단계의 현상에 다소 집중한 측면이 있다. 과거 일부 프로젝트의 불안정성은 새로운 금융 기술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단기 국채 등 고유동성 안전 자산으로 담보를 채우며 건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정기적인 준비금 증명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가는 이들의 행보는 대출을 통해 신용을 창출하는 전통 은행의 복잡한 구조와 구분되는 ‘지급결제’에 특화된 직관적인 모델로 평가받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이러한 효용을 인정해 엄격한 준비금 요건을 전제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결제 수단으로 공식화하는 추세다.
셋째, 스테이블코인이 지닌 ‘프로그래밍 가능성’이라는 기술적 효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송금 수단을 넘어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이 이동하게 하는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은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기반이다.
특히 급부상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의 소액 자동 결제나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 위에서 경제 활동이 일어날 때 기존의 실물 화폐나 신용카드망은 기술적으로 연동되기 어렵다. 기술의 확장성을 고려할 때, 이를 단순한 기존 화폐의 대체재로만 한정해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끝으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수수료(가스비) 변동성으로 인한 생태계 분열’ 역시 기술의 진보와 함께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 이더리움 레이어2(L2) 솔루션과 고속 메인넷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전송 수수료는 10원 남짓한 수준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무역 대금을 단 몇 분 만에,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종 확정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구축된 것이다. 과거 일시적인 네트워크 혼잡을 근거로 혁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기보다는 기존 금융망이 다수의 중개 기관을 거치며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비용과 시간의 한계를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투명하게 보완해 내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시점이다.
전통 금융이 오랜 시간 쌓아온 ‘안정성’이라는 공로와 인프라는 분명 존중받아야 하며, 향후에도 경제 시스템의 근간이 될 것이다. 다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상호 배타적인 관계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다원화되는 글로벌 금융 트렌드에 비춰 볼 때 재고의 여지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온 기술적 혜택을 어떻게 우리 제도권 안으로 안전하게 포용해 국가의 금융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것인가 하는 치열한 고민이다. 이제는 그 생산적인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유진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젝토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