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방산도 스타트업 시대…“기술보다 전장 수요 읽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4일, 오전 05:38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기업은 전장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가져와야 합니다. 민간과 국방 분야에 모두 적용 가능한 ‘듀얼 유즈(dual-use)’ 기술인지 아닌지는 시장 즉, 전장이 정합니다.”

국내외 방위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에 공통으로 전한 조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을 거치며 각국이 기존 방위산업 체계를 벗어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공급하는 방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담론이 생긴 이유다.

방산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에 글로벌 방산 스타트업 투자는 4년 만에 4배나 증가했다. 방산 유니콘도 10개 넘게 생겼다. 각국 정부는 직접 스타트업과 군을 연계하는 신속 획득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때 이해관계자들은 스타트업이 기술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실제 전장이 지닌 요구를 얼마나 충족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국내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출범한 ‘랩터스(RAPTORS)’가 스타트업 전장 세미나·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했다. 랩터스는 방산 분야에 진입하려는 스타트업이 산업·군·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방산 생태계 구축에 관심 많은 창업가, 스타트업 종사자, 기업가, 군·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국내 방산 전시회 ‘카덱스(KADEX)’를 주최하는 전시 주최 기업 메쎄이상의 이기진 본부장은 “전장의 비용 역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저렴하게, 더 빠르게, 더 많이 무기를 생산하고 배치하는 쪽이 이긴다는 쪽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 전환점에 방산 스타트업이 핵심 주체가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 전장에서는 스타트업이 곧 국방력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에 인공지능(AI)과 드론을 넘어선 다양한 혁신 기술이 요구되는 추세다. 예컨대 △AI 자율 무인체계 △사이버 보안·전자전 △위성·우주 △통신·네트워크 분야 등이다.

각종 글로벌 방산 전시회에서도 스타트업이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다. 과거 전시회는 대형 무기가 배치된 쇼룸을 연상케 했다. 스타트업이 중심이 된 현재 전시회는 혁신 기술이 즐비한 장터다. 이 본부장은 “오는 10월 열리는 카덱스 2026 역시 ‘카덱스 랩’이라는 방산 스타트업 혁신관을 따로 구성했다”고 전했다.

그는 “K방산 수출액이 170억달러(약 25조 6241억원)를 돌파했지만,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되고 다음 장을 열어야 한다”며 “이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AI,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등 우리나라 기업이 잘하는 분야가 많으나 연결성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술과 국방을 연결하는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기진 메쎄이상 본부장이 3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개최된 랩터스 행사에 참석해 발표자로 나섰다. 이기진 본부장은 방산 스타트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국내외 분위기와 현황을 전했다. (사진=박소영 기자)


유럽 방산 플랫폼인 유러피언 디펜스 테크 허브(EDTH)의 한국판인 ‘코리아 디펜스 테크 허브(KDTH)’를 이끄는 조슈아 방은 “EDTH는 크게 군, 기업, 해커·엔지니어가 주축이 돼 굴러간다”며 “군은 소비자이자 최종 사용자고, 기업은 생산자, 해커·엔지니어는 프로그램 서버로서 새로운 관점에서 전장에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앞서 ‘만든 기술이 전장에 필요한가’ 고민해야 한다”며 “기술과 혁신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임무 중심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날 국내 방산 스타트업인 뉴타입인더스트리즈와 씨드로닉스도 사례 공유 시간을 가졌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는 “그간 많은 스타트업이 ‘우리는 왜 방산 분야에서 실패하는가?’라는 질문을 들고왔다”며 “이제 질문을 바꿔 왜 우리 고객이 전장에서 승리하지 못하는가 생각할 시점”이라고 발표자들이 나눈 담론에 공감했다. 그는 이어 “듀얼 유즈는 전장이 판가름하므로 방산 스타트업을 이끌려면 실제 전장에서 필요한 솔루션을 스타트업이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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