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과실 비율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일 보험연구원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에 대한 국민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과실비율 분쟁 건수는 2024년 15만 6812건으로 10년 전보다 약 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물 수리 건수는 감소했지만, 수리 대비 분쟁 비율은 1%에서 5.4%로 상승했다. 사고 자체보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분쟁 증가 이유로는 과실 비율에 따른 보험금 지급과 보험료 할증이 꼽힌다. 과실이 소폭만 달라져도 경제적 부담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여기에 블랙박스 보급 확대로 사고 장면 확인은 쉬워졌지만, 동일한 영상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는 사례가 늘면서 사실 확인보다 책임 판단이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판단 주체 간 인식 차이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운전자와 보험사 보상 담당자, 분쟁조정기구 간 과실비율 판단 기준이 서로 달라 동일 사고에서도 결론이 엇갈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 이해도 역시 낮은 수준이다. 설문조사 결과 국민 상당수가 과실비율 기준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보행자 무단횡단 사고의 경우 현행 기준은 차량 책임이 더 크게 설정돼 있지만, 응답자 다수는 보행자 과실이 더 크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모순적 배상 구조에 대한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고가 차량과 저가 차량 간 사고에서 과실비율이 낮은 쪽이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응답자의 대다수는 이러한 배상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인식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과실비율 분쟁 급증의 원인으로 인식 격차와 제도적 한계를 동시에 지목한다. 현행 제도가 법리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일반 소비자의 직관과 괴리가 발생하고, 순수비교과실제도 역시 직관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실 비율 인정기준은 도로교통법과 판례 등 법리적 요소를 중심으로 설계돼 국민 체감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도로교통 환경 변화와 판례 흐름을 반영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차 사고 등에서 나타나는 모순적 배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일정 과실 비율 이하에서는 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 등 제도 개선 논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