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물려줘야 기회 커진다”…부자들의 증여 전략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4일, 오전 08:3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국내 부유층 10명 중 8명은 자산 이전을 계획하고, 이 중 절반은 이미 증여를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관리의 무게 중심이 ‘축적’에서 ‘이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하나금융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유층의 80%는 자산 이전을 계획하고 있고, 약 50%는 이미 증여를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산 일부를 생전에 증여하고 나머지를 상속하는 방식을 선택한 비율이 57%로 가장 높았고, 전부 상속(7%), 전부 증여(4%) 순이었다.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전부 소진하겠다는 응답은 각각 10%, 3%에 그쳐 여전히 가족 중심 이전 성향이 뚜렷했다.

자산 이전은 단순한 부의 이전을 넘어 ‘후대 성장 기회 제공’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유층의 약 70%는 재산을 물려줄수록 후손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주택 구입이나 사업 자금 마련, 결혼 등 주요 생애 전환기에 맞춘 ‘지원형 증여’가 주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자산 이전 시점으로는 ‘주택 구입 등 목돈이 필요할 때’가 41%로 가장 많았고, ‘결혼 시점’(33%)이 뒤를 이었다.

자산 이전 방식도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시기를 나눠 증여하는 분산 증여가 5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교육비 등 일상적 지원(37%), 자산 유형 다각화(36%) 등이 뒤를 이었다. 세금 부담을 줄이고 가족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신탁 상품 활용 의향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자료=하나금융연구소
자산 사용에 대한 인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체적으로는 보유 자산의 48%를 가족에게 이전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50대 이하에서는 ‘나를 위해 쓰겠다’는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세대보다 자산을 생전에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전 자산의 형태는 여전히 현금·예금 중심이다. 응답자의 80%가 현금 이전을 선호했으며, 부동산보다 관리와 분할이 용이하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다만 젊은 층에서는 주식, 금, 예술품 등 다양한 자산으로의 이전을 고려하는 비중이 높았고, 가상자산 보유자의 경우 해당 자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응답도 18%에 달했다.

다만 자산 이전 과정에서의 부담 요인도 뚜렷하다. 부유층의 약 80%가 세금 부담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으며, 제도 변동성(52%)과 절차의 복잡성(46%) 역시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금융회사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상속·증여 계획 수립 과정에서 금융회사와 세무사 등 외부 전문가를 병행 활용하는 비율이 각각 70%대를 넘어서고, 금융회사가 맞춤형 자문을 제공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향후 자산 이전 설계부터 실행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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