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1순위는 안정성…외국환거래법 꼭 바꿔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5일, 오후 03:3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과거 (실패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던)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리스크가 발생하면 안 됩니다. 신뢰가 한 번 깨지면 상품 하나가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시장 자체가 없어집니다.”

스테이블코인 전문가인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1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며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성공하려면 말 그대로 정말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9일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등을 포함한 올해 1분기(1~3월) 주요 추진과제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뒤 당정협의가 잇따라 미뤄지면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발의·처리 일정은 연기됐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하는 방안,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규제하는 방안 등 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의원 발의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참조 이데일리 4월2일자 <민병덕 의원 “디지털자산기본법, 15일 정무위 법안소위서 논의”> )

관련해 이종섭 교수는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현재 다각도로 정말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봤으면 한다”면서 “50%+1주 같은 숫자를 정하기 전에 전반적 방향에 대한 합의를 먼저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찬반 끝단의 극단적 의견을 골라쓰기보다는 쟁점 때문에 법안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안을 봤으면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서울과학고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학사 △컬럼비아대 금융공학 석사 △뉴욕대 스턴경영대 재무금융 석박사 △전 금융위원회디지털자산민관합동TF 위원 △전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위원 △현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 △현 한국금융공학회부회장 △차기 한국재무관리학회 부회장 (사진=이종섭 교수 제공)
이 교수가 생각하는 스테이블코인 성공 방향은 안정성을 1순위로 하고 혁신을 가미하는 방안이다. 그는 과거 테라·루나 사태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담보 없는 스테이블코인)이 사라진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담보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려면 안정적 담보를 기반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만큼 단기 국채가 발행되지 않고 자본시장 상황이 다른 현실을 고려할 때 안정적 담보 자산은 예금 기반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또한 그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해소하려면 규제 마인드 경험이 풍부한 은행이 전략적으로 참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교수는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만이 해법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그는 “은행은 이미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에 혁신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혁신 동력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도 들어와야 한다”며 “혁신 동력이 있는 사업자들과 은행들이 어떤 조건으로 들어오면 가장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대로 안착되려면 재경부 소관법인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재경부·금융위 등은 하반기(7~12월) 주요 추진과제로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율 방안 마련(외국환거래법 개정 등)’을 하기로 했다.

관련해 이 교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 시 환율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인프라 확충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했을 때 나타날 효과도 함께 봤으면 한다”며 “지갑(월렛) 등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지 국가적 전략을 만들면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육성까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처리 전망은?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해 엄청난 기회 비용이 있다. 늦어질수록 미국과의 인프라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다만 그 기회비용은 미래에 생길 일이다. 반면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거시경제 현안은 당장 2주 안에 처리돼야 하는 문제다. 2주 안에 유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상승, 주식시장 동력 상실 등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따라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처리 시점은 조건부 상황이라고 본다. 미래에 닥칠 기회비용에 대한 손실과 지금 당장 닥칠 손실 중에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환율 안정이나 거시경제 안정이 안 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합리적 이유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지연되고 있어 이같은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이 시간에 다각도로 정말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봤으면 한다. 언론도 민과 관 사이에서 굉장히 좋은 합리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사진 맨오른쪽)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1분기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 제정안 처리 △올 하반기에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된 각종 법안 개정 △연내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추진 등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보고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 등 디지털자산기본법 쟁점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어느 한 쪽을 편들고 싶지 않다. 한쪽의 극단적인 생각만으로 정책이 가면 안 된다. 찬반 끝단의 극단적 의견을 골라쓰기보다는 쟁점 때문에 법안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안을 봤으면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정말 성공하려면 코인런이 없을 것이라는 단단한 투자자 확신 속에서 비즈니스가 시작돼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정말 안정적이어야 한다. 안정 속에 신뢰가 생겨야 한다.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리스크가 발생하면 안 된다. 테라·루나 사태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담보 없이 가격을 유지하는 코인) 자체가 없어졌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신뢰가 한 번 깨지면 상품 하나가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시장 자체가 없어진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달러나 원화 기반 담보를 기반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코인)도 사고가 터지면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자한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사이즈를 크게 불릴 수가 없다.

그리고 현실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단기 국채가 발행되지 않고 유동성이 적다. 가장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이 은행을 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자본시장 선진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 금융은 은행이 중심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담보자산이 갖춰져야 한다. 신뢰를 구축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담보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나. 예금이다. 예금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우리나라 자본시장 현실을 봐야 한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해소하려면 규제 마인드 경험이 풍부한 은행이 전략적으로 참여를 해줘야 한다. 은행은 지난 몇십년 간 당국과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관련 멘탈과 마인드가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거미줄 같은 엄청난 규제 앱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50%+1주라는 내용이 나온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50%+1주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냐’, ‘50%+1주가 아니어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는 것은 정부와 함께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처리되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블록체인 업계에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와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시작될 전망이다. 입법이 늦어지고 불확실성이 계속될수록 신사업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50%+1주 같은 숫자를 정하기 전에 전반적 방향에 대한 합의를 먼저 했으면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으로 단단하게 키우려면 현재 할 수 있는 게 뭘까. 은행이 예금 담보로서 안정적이니 은행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은행은 이미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에 혁신 동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혁신 동력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도 들어와야 한다. 그렇다면 혁신 동력이 있는 사업자들과 은행들이 어떤 조건으로 들어오면 가장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외에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해선 외국환거래법 등 기존 법 개정도 필요하지 않나?

△외국환거래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다. 어느 한 나라에 국한돼 있지 않은 비즈니스다. 따라서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거래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하려면 환율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수출국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율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환율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는 방식으로는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했을 때 나타날 효과도 함께 봤으면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우리의 내수시장을 디지털로 확산시키는 마중물로 활용될 수 있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활용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갑(월렛) 등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지 국가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와같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육성까지 봐야 한다. 외국환거래법 조항만 바꾸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갑 관련 국가적 전략을 고민할 때 필요한 점은?

△디지털에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지갑 인프라가 중요하다. 누가 이 지갑의 소유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고, 지갑을 안전하게 믿고 쓸 수 방법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하는 것처럼 온체인 데이터, 지갑의 문제 여부를 분석해주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가 어떻게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할지도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면서 가야 한다. 이런 준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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