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스테이블코인 대안론? 정작 통합원장 실질 해법은 없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5일, 오후 03:36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국제결제은행(BIS) 논문에서 스테이블코인 대안으로 ‘단일 통합원장(unified ledger)’을 제안한 데 대해 “누가, 어떻게 그 통합원장을 실제로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신뢰 가능한 노드가 운영하는 통합원장은 비용과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면서도 현실 적용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서울과학고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학사 △컬럼비아대 금융공학 석사 △뉴욕대 스턴경영대 재무금융 석박사 △전 금융위원회디지털자산민관합동TF 위원 △전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위원 △현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 △현 한국금융공학회부회장 △차기 한국재무관리학회 부회장 (사진=이종섭 교수 제공)
신 후보자는 지난달 10일 BIS에서 ‘토큰경제와 블록체인 분절화(Tokenomics and blockchain fragmentation)’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오히려 통화의 네트워크 효과를 약화시켜 체인·L2·스테이블코인 분절을 키운다고 진단했다.

검증자 보상을 위한 높은 수수료와 혼잡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며 스테이블코인도 레일이 나뉘면 ‘단일한 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더리움 기반 USDC와 솔라나 기반 USDC는 명목상 동일한 자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원장 위에 존재하며 직접 호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중앙은행을 기반으로 한 통합원장을 제시했다. 중앙은행 화폐, 토큰화된 예금, 기타 디지털 자산을 공통 인프라 위에 올려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만 토큰화와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통화 시스템의 단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중 갈등과 국가 간 이해상충이 존재하는 지정학적 현실에서 전 세계가 동의하는 단일 원장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안 되고 CBDC 시스템만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이를 누가 구축할지에 대한 실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현실 경제가 아닌 이론에 머무는 논의”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통합원장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국내 자산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원장이 필요하며, CBDC와 예금토큰을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다만 채권과 예금을 토큰화하면 기술적인 활용 편의성은 높아지겟지만 그 자체가 시장의 실무적 활용 사례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민간 사업자가 이 인프라 위에서 확장성을 더해주는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이 교수는 “디지털 원장의 확장성과 활용성까지 중앙은행이 모두 담당하기는 어렵다”며 “확장성 확보를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사업자는 추가 담보자산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설계해 활용 영역을 넓힐 수 있다”며 다만 “이 역시 ‘1토큰=1원’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제한적인 수단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확보를 위해 예금 7대 채권 3 수준의 담보자산 비중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중앙은행 총재는 실물경제에 책임을 지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신 후보자는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감 있는 가중치를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총재가 아니라 학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준비자산을 예금 7, 채권 3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이야기해주셨다. 그렇다면 예금을 토크화한 한국은행 예금토큰을 쓰는 방안은 어떤가?

△예금토큰은 활용 사례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주장하는 예금토큰을 실행하려면 현실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deposit token)을 기반으로 기존에 있는 모든 자산을 디지털화하는 원장이 필요하다. 채권이나 예금이 토크나이즈되면 블록체인 상에서 훨씬 쓰기 좋은 형태가 되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다. 그러나 이 원장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일을 한은이 해야 하느냐. 하고 싶을 테지만 가장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확장성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조력자는 민간이다. 이들은 토큰의 상당 부분을 담보자산에 의존하지만 결국은 추가적인 담보자산을 활용해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10일 국제결제은행(BIS)에서 ‘Tokenomics and blockchain fragmentation’을 주제로 스테이블코인의 단점을 꼬집고 통합원장(unified ledger)을 제안했는데.

△그 논문을 저도 다 읽었고 당연히 너무나 잘 쓰여진 좋은 논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노드가 운영하는 통합원장은 가장 비용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그러나 어떻게 그처럼 효율적인 통합원장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해야만 그 논문이 이야기하는 경제학적 효율성을 시장 참여자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게 경제학자와 민간업자, 또 그 사이에 있는 경영학자들의 관점 차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안 되고 CBDC만 해야 한다고 한다면 CBDC 시스템으로 그 이론에 나온 통합원장을 전 세계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해야만 한다. 신 후보자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감 있는 가중치를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총재가 아니라 학자다. 중앙은행 총재는 실물경제에 책임을 지셔야 하는 분이다.

-은행들의 은행인 BIS가 그 일을 한다면?

△경제학 이론 속에서만 존재하는 효율적인 통합원장은 현실에선 도입 불가능하다. 누가 모든 국가를 통합한 통합원장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시라. 미·중 갈등이 첨예하다. 이미 자신만의 CBDC 네트워크를 만든 중국에 위안화 네트워크를 통합원장 안에 들어와야만 한다고 하면 듣겠나. 프랑스와 독일도 영공 하나를 지나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를 안 하는데 BIS라는 틀 안에서 전 세계가 평화롭게 경제학적 효율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통합원장에 동의하겠느냐. 정부도 이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학 이론상으로는 전체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소셜 플래너(사회적 계획가)’가 있으면 최적의 효율(통합원장)을 낼 수 있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권한을 가진 주체가 존재할 수 없다.

-결국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함께 가는 ‘투티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이 문제에 대한 효용을 누리고 싶다면 이를 시도하려는 참여자가 필요할 것이고, 그 역할은 민간 사업자들의 몫이다. 단순히 예금토큰이나 CBDC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어디까지 외환송금 체계를 CBDC로 연결할 수 있을까. 정부가 다르고, 집행 권한이 다르고, 서로 간의 정치적 환경도 다르고 이해상충의 문제도 존재하는데 국경을 넘나들며 굉장히 다양한 경제 환경 전체를 총괄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답을 내놓으면 된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문제로 양극단의 이분법적 입장을 가진 분들이 많다.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른데 단 하나의 주체에 의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식으로 해결 과제를 끌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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