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디지털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준으로 규제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결국 시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기존 ETF 상품 구조를 기준으로 필요한 플레이어와 규제를 하나씩 매칭해 나가면 전체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제도화 방향을 설명하며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가정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위해서는 △지정참여자(AP·authorized participant) 제도 △시장조성자(MM) 규율 △법인 투자 허용 범위 △수탁(커스터디) 체계 등 시장 인프라 전반에 대한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서울과학고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학사 △컬럼비아대 금융공학 석사 △뉴욕대 스턴경영대 재무금융 석박사 △전 금융위원회디지털자산민관합동TF 위원 △전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위원 △현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 △현 한국금융공학회부회장 △차기 한국재무관리학회 부회장 (사진=이종섭 교수 제공)
이 교수는 “지금은 각각의 문제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모두 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이라며 “법인 투자 허용에 대한 기준도 없이 MM 제도나 파생상품 시장만 따로 논의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하는 순간, 어떤 법인이 자산을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지, 금융회사가 어디까지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있는지 등 기존 금융 규제와의 접점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런 문제들은 사후적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 시장 인프라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현물 ETF 도입을 기준으로 디지털자산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시장참여자들이 실제로 들어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누가 AP가 될 수 있는지, 누가 MM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채권 가격이 100달러인데 ETF 가격은 120달러가 되는 경우가 있다. 현물 기초자산과 ETF 간에 생기는 가격 괴리는 AP들이 차익 거래를 해서 가격을 다시 맞춘다. 가격 괴리를 해소하고 시장 가격이 실제 자산 가치에 수렴하도록 만들 수 있는 참여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AP와 MM의 역할은 왜 중요한가?
△ETF는 자산운용사가 기초자산을 사서 관리하는데, 실제로 ETF를 시장에서 팔고 유통시키는 것은 AP와 같은 증권사들이다. AP는 투자자에게 ETF를 팔고, 그 자금으로 기초자산을 사거나 운용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ETF와 기초자산 간 가격 괴리가 발생하면 차익 거래를 통해 가격을 맞춰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MM은 가장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베스트 프라이스’ 의무를 가진다. 이런 규율이 있어야 단순 유동성 공급을 빙자한 불공정 거래를 구분할 수 있다.
-결국 법인 투자 허용이 열려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ETF 구조를 보면 기초자산을 자산운용사가 보유하더라도 그 자산의 소유권은 ETF 투자자들이 나눠 가지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운용사가 자산을 임의로 다루지 못하도록 별도의 수탁업자가 필요하다. 비트코인 ETF가 도입되면 누가 수탁업자를 맡을 것인지에 대한 규제가 같이 설계돼야 한다.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법인 투자 문제도 연결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하게 되면 자산운용사나 AP 등이 실제로 비트코인을 취급해야 하는데, 이때 어떤 법인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지가 제도적으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의 필요성은 어떻게 보나?
△AP, MM 이런 참여자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하려면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파생상품 시장이 필요하다. 실제로 채권 선물도 위험 헤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오기 전에 선물 시장이 먼저 형성돼 있었다. 이런 시장이 있어야 지정참여자들이 가격 괴리가 발생했을 때 저평가된 자산을 사고, 고평가된 상품을 파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에 대한 지분 투자 이슈와 맞물려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논의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결국 금가분리 문제도 별도로 떼어 볼 사안이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과 함께 동시에 답을 해야 하는 문제다. 해당 상품의 유통이나 시장조성 기능을 기존 증권사가 맡게 되면 금융업자가 결국 가상자산사업자가 되는 구조다. 그러면 금가분리도 어느 역할까지 허용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ETF 기초자산으로 들어오게 되면 전통 금융 ETF 구조 안에서 금융 규제와 가상자산 규제가 중간 지점을 찾아 만나야 한다. 다만 디지털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이라 개인정보 보호 등의 분야에서 기존 금융업자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도 있다. 해외에서는 기존 금융업자가 가상자산을 취급하도록 일정 기간 허용한 뒤 문제가 없으면 라이선스를 내주는 방식도 있다. 전통 금융이 가진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금융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접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