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떡 빚는 탈북민 "농사지어 수출까지 한번에"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5일, 오후 03:27

중동전쟁, 고환율, 내수시장 위축 등 최근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 숨은 소상공인 명인들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신들의 기술을 연마하고, 어제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정직한 땀방울을 흘립니다. 수십 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며 지역 경제를 책임져온 이들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이자 진정한 풀뿌리입니다. 단순한 가게를 넘어 지역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 명인들의 삶과 경영 철학을 조명함으로써, 독자 여러분께는 새로운 영감을, 소상공인들에게는 따뜻한 응원을 전하고자 이데일리는 전국의 ‘강한 소상공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농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가격은 떨어지고, 때로는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도 반복됐죠. 그래서 ‘가공까지 갈 수 있는 품목’이 늘 숙제였습니다.”

박은숙 해오름푸드 대표가 공장에서 떡을 만들고 있다.(사진=해오름푸드)
남해 해풍이 부는 전남 여수 돌산읍. 이곳에서 모시떡 공장을 운영하는 박은숙 해오름푸드 대표(47)는 농사에서 출발해 가공·유통·가맹까지 사업을 확장해온 기업가다. 북한 청진 출신 새터민인 그가 작은 떡집에서 시작한 사업은 이제 전국 가맹점과 해외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떡집 하나만 운영하려 했지만 고객들이 ‘떡을 받아 판매하고 싶다’고 하면서 공장과 유통까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의 출발은 농사였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농산물 가격 변동과 판로 한계를 겪으며 방향 전환을 고민했다. ‘내 손으로 심은 작물로 떡을 만들어 팔고 싶다’는 마음은 사업으로 발전했다.

박 대표는 남한에 정착한 뒤 북한 고향 음식인 ‘영채김치’ 사업화에 나섰다. 그러나 낯설었던 맛에 대중성이 떨어지면서 영채김치의 꿈은 접어야 했다.

전환점은 모시떡이었다. 우연히 먹어본 모시떡의 맛과 식감에 매력을 느끼면서 직접 모시를 재배해 떡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수차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는 광주 지역 떡집에서 3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며 기술을 배울 만큼 독했다. 차츰 맛을 잡으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고객이 늘었다.

박 대표는 “모시떡을 먹어보니 색도 독특하고 건강한 맛이 나서 ‘이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농산물은 결국 가공이 붙어야 안정적인 수익이 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해오름푸드 공장 내부 모습(사진=해오름푸드)
사업이 확장된 계기는 고객의 제안이었다. 한 고객이 떡을 받아 판매하고 싶다고 요청하면서 가맹 형태의 사업을 고민하게 됐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공장 설립과 유통 구조가 필요했다”며 “40평 규모 공장을 임대하고 제조시설을 갖추는 데 약 1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 제조에 필요한 해썹(HACCP) 인증 과정이 큰 장벽이었다. 그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다”며 “컨설팅 담당자가 ‘울면서까지 인증 준비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해오름푸드는 단순 떡집을 넘어 ‘재배-가공’이 결합된 구조를 갖췄다. 공장 인근에는 약 2000평 규모의 모시밭이 조성돼 있으며 이곳에서 수확한 원재료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2024년에는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생산 체계를 안정화했다.

박 대표는 “원재료부터 직접 관리해야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며 “농사와 가공을 함께 하는 구조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맹 사업도 확대됐다. 현재 전국에 9~10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수도권을 포함해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직원 7명 규모의 조직이지만 생산과 물류, 가맹 관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제품은 모시송편과 찹쌀떡 등이 주력이다. 기피·흑임자·녹두 등 다양한 모시송편 라인업을 갖췄으며 일부 제품은 미국과 호주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매출도 창업 초기 1억원대에서 최근 약 1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브랜드 ‘모시보드레’도 차별화 요소다. ‘보드레’는 ‘보드레하다’에서 따온 순우리말로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한 이름이다. 해당 상표는 특허청으로부터 우리말 상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영어 이름을 고민했지만 우리말이 더 정감 있고 제품 특징을 잘 담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브랜드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숙 해오름푸드 대표(사진=해오름푸드)
향후 계획은 무리한 확장보다 안정적인 성장이다. 박 대표는 “3~5년 안에 가맹점을 30개 정도까지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50개 정도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며 “폐업 없이 모두가 오래 함께 먹고살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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