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을 필두로 한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소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선거 유세 당시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깜짝 발표했다. 참모진과도 논의되지 않은 즉흥 발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자 각 지자체들 역시 정책금융기관 이전에 공을 들였다. 특히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대구시 차원에서 기업은행 본점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 정책에 대한 전반적 고려 없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금융기관 이전 공약은 발전적인 논의 없이 부작용만 유발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의 경우, 연평균 퇴사자가 30~40명 수준이던 것에서 부산 이전이 본격화된 2022년과 2023년에는 연간 100명 가까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국책은행 사이에서는 시중 은행 대비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이 쌓여 다른 금융권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지방 이전까지 진행될 경우 우수 인력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고 해도 법안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에는 각각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어 본점을 이전하려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를 함께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은행 대구 이전 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지역에 거점을 둔 ‘금융중심지’ 정책 역시 지방선거와 결부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산광역시는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돼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기관이 이전을 했으나 금융중심지로의 효과를 뚜렷하게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국민연금을 필두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하자 부산은 “나눠먹기”라며 전북 금융중심지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회를 찾아 “금융정책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핵심”이라고 제3금융중심지 추진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연내 수도권에 소재한 공공기관의 2차 이전 로드맵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전 대상 기관 약 350개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작금의 지방 이전 논의는 지역 발전을 위한 고민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를 오직 선거 승리와 맞바꾸려는 무책임한 정치적 야합”이라고 질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