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은행, 청산기관,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 자산의 거래를 더 쉽게 만들어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실제 파일럿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나스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식을 토큰화해 자사와 같은 규제된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다. 올해 초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화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 앳킨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이 같은 토큰화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이 기술은 거래가 시스템 내에서 더 빠르게 처리되도록 만들겠지만, 일부가 장점으로 보는 그 특성이 오히려 취약성이기도 하다고 아드리안 이사는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 상황은 더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재량적 개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썼다. 이어 결제 지연이 위기 시 중앙은행과 규제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벌어주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즉시, 그리고 지속적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에서는 마진콜이 발생하기 전에 규제당국이 개입할 시간이 거의 없어진다. 또 토큰화 시스템은 24시간 내내 작동하지만,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공급 장치는 원래 영업시간 중 발생하는 위기에 맞춰 설계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드리안 이사는 또한 토큰화 시장에서 결제 자산으로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비유했다. 평상시에는 기능적으로 작동하지만, 불안 국면에서는 대규모 인출 사태(run)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토큰화 금융이 전개될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축으로 한 조율된 시스템, 서로 호환되지 않는 국가별 플랫폼들이 난립하는 분절된 체계, 또는 공공 안전망이 약화된 가운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하는 세계가 그것이다.
아드리안 이사는 토큰화 인프라가 수반하는 신뢰와 위험의 구조적 재배분에 정책이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안전한 화폐(safe money)를 결제의 기반으로 삼고 토큰화 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를 달성하려면 정책당국이 디지털 전환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적 함의에 선제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토큰화된 금융 시스템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지금 열려 있지만, 그것이 무한정 열려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