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인력 대거 투입해 '징수 속도전'…세금 안내면 20일내 즉각 재산 압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10:33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국제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순세입 대비 국세 체납 규모는 일본의 8배, 영국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납징수 모범 국가인 이들의 공통점은 체납이 발생하자마자 속도전을 펼치기 위해 인력을 대거 투입한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부족하다면 관련 인력을 민간에 위탁하거나 대규모 채용으로 보완하며 체납징수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정교한 징수 시스템과 납세 의식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재설계해 접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순세입 대비 체납액 비율 ‘약 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조세 행정(Tax Administration)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순세입 대비 총 체납액 비율’은 약 8%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정부가 1년 동안 실제로 걷은 세금 총액과 비교해 연말까지 못 걷고 남은 세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조사 대상 58개국 중 체납률이 50%를 넘는 극단적인 국가를 제외한 평균치(11.5%)와는 유사한 수준이지만, 일본, 영국 등 조세 행정 선진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상당하다.

가장 독보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국세청의 ‘제149회 통계연보’를 보면 일본의 2023년 기준 체납액 비율은 약 1%에 불과하다. 일본 시스템의 핵심은 법에 명시된 ‘신속성’이다. 일본 세법은 납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독촉장을 발송하도록 강제한다. 독촉장 발송 후 다시 10일이 경과할 때까지 완납되지 않으면 국세청은 별도 예고 없이 즉각 재산 압류를 단행할 수 있다. 체납 발생 후 단 20일 만에 모든 행정 처분이 끝나는 셈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본은 전체주의적 국가 성격이 있어 국민이 국가의 조세 행정에 순응하는 경향이 강하고 조세 불법 자체가 적다”며 “세무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는 형국이라 체납이 고착화되기 전에 정리된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행정 인력의 전문성과 규모 확대로 체납에 대응한다. 영국 국세청(HMRC)의 ‘2023~2024 회계연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2023년말 기준 체납 비율은 약 5%로 집계됐다. 영국은 수천명 규모의 징수 전담 인력을 현장에 추가 배치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시스템 자동화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문 인력이 직접 체납자를 압박하고 상담하는 인적 인프라를 강화한 결과다.

미국은 통계 산정 방식에 따라 체납 비율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실질적인 관리 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국세청(IRS)은 징수 난도가 높거나 오래된 체납 건을 민간 전문기관에 맡기는 ‘민간 채무 위탁’ 제도를 통해 매년 10억달러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한다. 또한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여권 발급을 거부하거나 기존 여권을 무효화하는 강력한 비세무적 압박 수단을 동원한다. 호주 국세청(ATO)의 경우 법원의 별도 판결 없이 체납자의 은행 계좌를 즉시 동결하거나 급여를 압류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적 권한을 행사한다.

◇‘인식의 대전환’ 시급

선진 제도의 도입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납세자들의 인식 변화다. 안창남 월드텍스연구회 회장(전 강남대 교수)은 “우리나라의 체납액이 많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납세의식이 낮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는 세금을 떼먹고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안 교수는 부가가치세 체납 문제를 예로 들며 체납을 당연시하는 풍토를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가 정부에 내달라고 사업자에게 맡긴 돈인 부가세 10%를 장사하는 사람들은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세청 내부의 조직 문화 개선도 주문한다. 박훈 교수는 “현재 국세청 내에서 체납 업무는 가장 기피되는 부서 중 하나”라며 “내부 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징수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국세체납관리단 인력 2000명을 증원하는 등 급증한 체납액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여타 조세 행정 선진국처럼 신속한 압류가 가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징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문 체계를 갖추지 않는다면 거대 체납액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이 고액 상습체납자 수색 현장에서 압류한 현금. (사진=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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