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기술 뺏긴 중소기업들 "가해 기업이 개발과정 입증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7:11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긴 시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수십 년간 지켜온 중소기업의 기술은 대기업에게 뺏겼고 회사는 문을 닫았으며 창업자는 억울함 속에 눈을 감았습니다. 기술 탈취 사건은 기업의 존망과 직결되는 만큼, 법원이 신속하게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개최된 기술 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재단법인 경청)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개최된 ‘기술 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1위 죽염 제조사 인산가와 8년여 간 소송을 진행 중인 씨디에스글로벌 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김찬미 변리사는 이같이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는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과 국회 무소속 김종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이 공동 주최로 열렸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로 생존의 기로에 선 피해 기업 4곳의 대표들이 자신들이 겪고 있는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는 자리였다.

피해 기업들은 입증 책임이 대기업이 아닌 피해 기업에 있는 것에 대해 전환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엔이씨파워는 SK에코플랜트와 ‘친환경 소각로 운영 최적화 솔루션’ 개발을 위한 기술검증 프로젝트에 참여, 아이디어와 기술자료를 제공했으나 SK에코플랜트가 기술검증 착수 후 본 계약을 거절했다. 이후 SK에코플랜트는 엔이씨파워와 동일·유사한 자사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심재용 엔이씨파워 대표는 “무형의 기술은 도용 후 약간의 변형만으로도 추적이 불가능해 피해 기업이 이를 증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AI 기술 분쟁에 한해서는 피해 기업이 기술 제안 사실이나 결과물의 유사성 등 일정한 개연성을 입증할 경우 가해 혐의를 받는 기업이 독자 개발 과정을 직접 증명하도록 하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KT와 사업 협력 후 기술 탈취 분쟁을 겪고 있는 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거대 자본과 법무 조직을 상대로 스스로를 방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업 협력, 인수 협상 과정에서 제공된 정보의 유용 여부에 대해 대기업의 입증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화솔루션은 CGI에 인수합병(M&A) 명목으로 핵심기술과 관련된 내밀 정보자료에 대한 기술실사를 진행한 후 M&A 협상을 결렬시켰음에도 해당 기술을 자사 공정에 무단 적용한 혐의로 형사고소가 진행 중이다.

조영수 CGI 대표는 “제조업 공정기술을 자체 개발하는데는 3년 이상 걸리는데 한화솔루션은 협상 결렬 뒤 3개월 만에 태국에 공장을 세우고 유사 제품을 양산했다”며 “대기업에서 양산하면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매각을 결심하게 됐는데 핵심 기술만 유출됐다”고 토로했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쟁이 장기간 가다보니 피해 중소기업이 버틸 힘이 없고 그 과정에서 부도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 문제 만큼은 이재명 정부에서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간담회가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태관 경청 이사장은 “죄를 지었는데 벌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기술탈취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분쟁이 시작되면 대기업은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법적으로 불리해지면 일정 금액을 제시하며 화해를 시도한다. 피해 기업은 목숨줄이기 때문에 돈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대기업은 상생을 했다며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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