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 메모리 공급자 우위 시대…초호황 2년은 이어질 것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7:03

[이데일리 송재민 박원주 기자] “현재 메모리 시장은 구조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최소 1~2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규복 인하대 특임교수)

삼성전자가 7일 역대급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경제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시한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57조 2000억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68.1%, 영업이익은 755% 폭증했다. 지난해 한 해 영업이익(43조 6010억원) 전체를 단 3개월 만에 넘어선 경이로운 수치다.

이 같은 실적은 단순한 호황을 넘어 메모리 산업의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 3인과 함께 이번 실적의 의미와 향후 메모리 초호황의 지속 가능성을 짚어봤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공급이 가격 만들어…HBM 전환이 구조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의 본질을 단순한 수요 증가가 아닌 공급 구조 변화에서 찾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생산이 재편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어들고, 이것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수요가 늘면 생산을 확대해 가격이 안정되는 사이클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 구조 자체가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규복 교수는 “양산 물량은 한정돼 있는 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HBM 수요는 당분간 유지되는 반면 일반 메모리 대량 생산 전환은 쉽지 않다”며 “가격 상승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흐름은 최소 1~2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 변화가 수치로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급등했고, 2분기에는 약 60%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최대 250% 상승 전망까지 나온다. 낸드플래시 역시 범용 제품 가격이 한 달 만에 약 40%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반도체 수요 매우 강력…빅테크 수주 확대”

이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폭발적인 AI 수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서버 투자 확대가 메모리 시장을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IT 경기와 연동되던 메모리 수요가 이제는 AI 인프라 투자라는 장기 사이클과 결합되면서 변동성보다 지속성이 강조되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수요는 매우 강력한 상황”이라며 “메모리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70~80%를 점유하고 있어 가격이 올라가면 그대로 수익 극대화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빅테크들이 자체 칩 개발을 확대하는 흐름 속에서 HBM은 필수 요소”라며 “삼성은 HBM4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향후 수주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를 엔비디아, 구글, AMD 등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하며 고부가 메모리 매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부터는 6세대 HBM4를 업계 최초로 양산 공급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수준의 메모리 생산능력(캐파)을 기반으로 AI 수요 확대 국면에서 글로벌 빅테크 주문이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이미 내년 영업이익은 엔비디아, 애플 등 굴지의 빅테크들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다. KB증권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488조원으로 제시해 주목받았다. 분기 100조원을 훌쩍 넘는 ‘슈퍼 어닝 서프라이즈’가 잇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투자라는 것이 향후 어떻게 변할지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이미 확보된 물량은 유지되겠지만 AI 투자 속도나 경쟁 구도 변화에 따라 실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호황기로 불황 버티는 구조...투자 멈추면 뒤처져”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번 초호황의 진짜 시험대는 ‘이익의 사용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규복 교수는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유망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신사업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인수합병(M&A), 지분투자, 전략적 제휴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양팽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 이익으로 불황을 버티는 구조”라며 “현재 이익을 단기적으로 소진할 경우 향후 업황 악화 시 투자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를 멈추는 순간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산업 특성상, 이익을 장기 관점에서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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