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 'IFRS 18'에 기업 혼란…당국, 감독 기준 당장 내놔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송재민 김소연 기자] “회계 기준이 바뀌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고 감독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태로 두면 기업들은 결국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7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내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 18)과 관련해 “취지는 기업 간 비교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추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7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IFRS 18은 손익계산서를 영업·투자·재무 범주로 구분하고, 투자와 재무에 속하지 않는 잔여 항목을 영업이익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자산 처분손익이나 손상차손, 외화환산손익 등 비경상적·일회성 항목까지 영업이익에 반영될 수 있다. 같은 기업이라도 기존 영업이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투자나 재무 활동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기존과 다른 실적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 교수는 특히 한국 기업의 구조적인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처럼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와 달리 한국 기업은 환율 변동 등 외화 리스크 영향이 크다”며 “영업·투자·재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동일 기준을 적용하면 기업별 해석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항목이라도 어떤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어떤 기업은 영업외이익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도 비교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감독 체계와의 괴리다. IFRS는 원칙 중심(principle-based) 체계인 반면 국내 감독은 여전히 규칙 중심(rule-based)에 가깝다. 기업이 특정 항목을 영업이익으로 판단해 반영했더라도, 사후적으로 감독당국이 이를 다르게 해석할 경우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기준은 열려 있는데 감독은 닫혀 있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정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후 징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영업이익을 보수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정보의 유용성이 떨어지고 투자 판단에도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달리 기업들이 정보를 덜 드러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적인 회계는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원칙주의 감독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영업이익 판단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며 “기업에 맡겨놓고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은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같은 사안을 두고 기업과 감독당국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 반복되면, 기업은 결국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결과 중심 규제 방식에 대한 문제도 짚었다. 정 교수는 “지금처럼 결과를 놓고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규제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라며 “회계 역시 과정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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