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성장펀드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윤 대표는 한국벤처캐피털협회(KOVA) 회장을 역임한 업계 원로로, 벤처 투자 생태계를 20년 넘게 지켜본 인물이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초기 투자 실종…IPO 근처 쏠림 심각
현재 VC 업계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정부 정책의 뒷받침으로 VC 쪽으로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표는 "작년 가을 1000억원 밸류로 투자했던 회사가 6개월 만에 2배 이상 올랐다"며 "회사는 변한 게 없는데 자본시장 변화로 몸값만 뛴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연스레 VC 업계의 투자 방향도 변화했다. 중대형 VC들은 고벨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공개(IPO) 직전 단계나 중후반 투자 라운드에 집중하고 있다. 윤 대표는 "어떤 기업이 1년에 4배 올랐는데 리스크는 전혀 없다. 초기 투자는 10년 걸려서 온갖 고생하며 2배 수익 내기도 어렵다"며 "어디에 투자하는 게 맞겠느냐. 나같아도 전자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어 "모두 IPO 근처에서 놀고 싶어 하다 보니 투자가 너무 몰려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는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초기 투자를 해야 하는 소형 VC들은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대표는 "모태펀드에서 50~60% 지원받고 나머지 40~50%를 민간에서 모으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며 "초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영세한 소형사들인데, 이들이 펀딩이 안 돼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을 조성하고 있다. 자칫 국민성장펀드 돈 역시 초기 투자가 아닌 후반부 투자에 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 자금이 정부 정책 취지대로 쓰이려면 초기 투자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의 정책 제안은 파격적이다. 그는 "중대형사 지원을 줄이고, 초기 투자 전문 소형 VC에 80~90%를 몰아줘야 한다"며 "200억원짜리 펀드를 만들면 모태펀드에서 80~90%를 지원하되, 100%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건을 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대표는 초기 투자 활성화야말로 국민성장펀드 정책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을 창출하고 차세대 유니콘을 키울 수 있는 건 초기 투자밖에 없다"며 "중대형사는 여력이 있으니 정책 자금을 줄여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투자는 진짜 모험 자본 중에 모험 자본"이라며 "이 씨앗을 뿌리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150조 성과 검증 대비해야"…데이터 투명성 강조
윤 대표는 국민성장펀드로 VC 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후 국민성장펀드의 성과를 두고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대표가 VC들의 투자 데이터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150조가 들어가면 국회의원들이 틀림없이 '성과가 뭐냐'고 물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데이터로 고용 창출과 산업 성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3년 안에 VC 업계가 증권사 수준의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기부 장관이 국회에서 컴퓨터 들고 와서 '고용이 얼마 창출됐고, 150조 투자했는데 밸류에이션이 10% 올랐습니다'를 딱딱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DSC인베스트먼트는 내부 관리 시스템 '똑똑'을 개발해 최근 민간에 개방했다. 출자자가 자신의 이름을 치면 가입한 조합의 포트폴리오와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표는 "1년에 한 번 조합원 총회 때만 들을 수 있던 정보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투명성은 민간 자금 유치를 위해서도 필수다. 윤 대표는 "정부 주도형 산업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가려면 데이터 신뢰도가 중요하다"며 "출자자가 신문에서 'A 회사가 대박'이라는 기사를 보면, 자기가 출자한 조합에 그 회사가 들어갔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도 금융 시장이다. 증권회사나 은행이 예금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비상장 시장도 정보 비대칭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