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 점검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4.6 © 뉴스1 이재명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안과 고유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차량 부제와 공영주차장 이용 제한 등에 이어 재택근무를 에너지 절감 대응책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감소에 따른 연료 절감과 사무실 운영 축소에 따른 전력 사용 감소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현실적인 수요 관리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국가 자원안보 위기 단계가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될 경우 재택 권고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내부에서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제도를 가동한 뒤 민간으로 확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민간의 경우 공영주차장 5부제와 마찬가지로 강제보다는 권고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루 석유 1.7만 배럴 절감 효과…차량 9만 대 주행분 맞먹는 감축량
재택근무의 에너지 절감 효과는 국내외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정 방식을 한국의 지난해 임금근로자(2241만명, 국가데이터처)에 대입하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를 전제로 단순 적용할 경우 하루 1만 7300배럴의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를 보수적으로 적용하더라도 감축량은 하루 약 5755배럴 수준으로 추정된다.
월 기준 예상 감축량은 약 17만 3000배럴 수준으로, 약 9만 대 차량의 하루 주행분에 해당한다.
IEA는 선진국 기준 주 1일 재택근무를 통해 교통에 필요한 석유 소비를 연간 약 1% 줄이고, 이산화탄소 약 2400만톤(전 세계 기준)을 감축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재택 비중 1%p 늘면 교통 소비 1.8%↓…출퇴근 연료 절감 효과 뚜렷
도시 단위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된다. 미국 141개 도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재택근무 비중이 1%포인트(p) 증가할 때 1인당 일평균 교통 배출이 0.17㎏, 약 1.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택근무 확대가 교통 부문 에너지 소비를 직접적으로 낮추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안소린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원의 '재택근무의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는 통근과 출장 등 업무 이동을 줄이며 총 이동 거리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에 따른 1인당 이동 거리 감소 효과는 약 29.94㎞로 추정됐고, 이를 기반으로 산정한 국내 연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은 약 7810톤(온실가스상당량톤)이다.
도시 단위로 확장할 경우 에너지 감축·기후 대응 효과는 더욱 커진다. 오규식 한양대 도시계획학과 교수팀의 '지역 기반 원격근무를 통한 출근 통행거리 저감이 CO2 배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원격근무센터 도입 시 수도권에서 하루 약 911톤, 연간 약 23만 5056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는 사무실 폐쇄·가정 내 절전 병행…'집단 재택' 등 정교한 설계 과제
다만 재택근무로 가정 내 전력과 난방 사용이 늘어날 수 있으나, 출퇴근 감소로 줄어드는 교통 부문 연료 소비와 사무실 운영 축소에 따른 냉난방·조명·엘리베이터 전력 수요 감소분이 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코로나19 비대면 시기 가정 부문 에너지 소비는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친 반면 산업(-2.3%), 수송(-10.6%), 상업(-3.2%) 부문은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 바 있다. 국내 업종별 전기사용 비중을 보면 주택용은 15% 수준이나 산업용은 55%에 달해 소비 절감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영국 국가통계청과 캐나다 천연자원부 등은 재택근무 시 사무실 운영 효율화가 병행될 경우 총 에너지 절감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물 전체나 일부를 폐쇄하는 '집단 재택근무'를 유도할 때 에너지 감축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택근무 시 사용 공간을 최소화할수록 에너지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 절약 실천 국민 행동'에서도 냉방 26도, 난방 20도 유지, 사용하지 않는 공간 냉난방 중단, 대기전력 차단 등이 재택 환경에서 에너지 절감을 현실화하기 위한 조건으로 권장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는 교통 부문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검증된 수단으로, 실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통근 거리, 교통수단, 건물 운영 방식까지 포함한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며 "에너지 위기 대응 수단으로서 재택근무의 효과는 제도화 수준과 운영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정교화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