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의 모습. 2026.4.1 © 뉴스1 이호윤 기자
유럽여행의 주력 루트였던 중동 경유 노선이 '취소 쇼크'에 직면했다. 항공 노선은 일부 복구됐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역대 최고치의 유류할증료 폭탄까지 겹치면서 예약자들이 대거 여행을 포기하고 나섰다.
8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중동 리스크와 고유가 여파로 유럽여행 수요가 하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환승 노선 운항 차질로 인한 대규모 취소 사태와 천정부지로 솟은 대체편 가격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2300명 예약 전원 취소" 속출… 직항 전환율은 30% 그쳐
유럽여행 시장의 위기는 단순한 심리 위축을 넘어 대규모 이탈 데이터로 확인된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패키지 예약 건이다. 여행사 C는 최근 중동 경유 상품 예약자 2300명의 계약을 전원 취소 처리했다. 통상 경유 노선이 막히면 직항편으로 우회하지만, 이번에는 '가격 장벽'에 가로막혔다.
직항 항공권이 경유편 대비 편도 기준 최대 50만 원 이상 비싼 상황에서 유류할증료까지 폭등하자 4인 가족 기준 100만~2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직항 전환율은 30% 수준에 그쳤고, 나머지 70%는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취소 쇼크’로 이어졌다.
신규 수요 역시 급랭하고 있다. 여행사 D의 경우 유류할증료가 본격 인상된 4월 1일 이후 유럽여행 예약이 전주 대비 50% 급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주당 2300명 선을 유지하던 예약 규모는 현재 1000명 수준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중동 사태로 중동 경유 유럽행 항공 운항이 잇따라 취소되고 4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며 장거리 여행 수요 둔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18일 인천국제공항에 주기된 아랍에미리트(UAE) 국적기 에미레이트 항공기의 모습. 2026.3.18 © 뉴스1 최지환 기자
셔터 올린 환승 허브와 '배보다 배꼽 큰' 유류비 부담
이러한 침체의 배경에는 중동 거점의 운영 불확실성과 역대급 비용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2월 말 중동 항공사들의 일시 운항 중단 사태 이후, 주요 환승 허브인 두바이와 도하의 기능은 일부 회복됐으나,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을 이전 대비 약 70% 감편된 주 3회 수준으로 운영 중이며 에티하드항공 역시 평시 대비 70% 수준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항공은 5월 중순까지 운항 편수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안전을 고려해 전용 비행 회랑으로 우회 중이다.
문제는 노선 복구와 별개로 여행객들의 중동 경유지에 대한 거부 심리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운항을 재개했음에도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특히 경유지 안전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생기면서 중동 노선을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중동 노선의 대안으로 직항이나 제3국 경유 노선이 거론되지만, 고공행진 중인 유류할증료가 걸림돌이다.
4월 대한항공 기준 파리 직항 노선의 왕복 유류할증료는 약 50만 원이나, 5월 33단계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약 100만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권 운임을 제외한 유류 비용만으로 10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사이익 없는 유럽 항공사…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 기약"
중동 항공사의 빈자리를 기대했던 유럽 항공사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동 영공 우회로 인해 비행시간과 연료비가 동반 상승하며 전 세계 노선의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 현지 항공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인천발 유럽행 예약률이 올랐지만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항공업계의 대응 전략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천발 유럽 노선의 상당수가 두바이·도하·아부다비 등 중동 거점에 의존해 왔던 만큼, 이번 사태는 유럽여행 시장 전반의 체질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가 안정되더라도 꺾인 여행 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노선이 정상화된다 해도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유류할증료까지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면 유럽여행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은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