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차 후퇴, 유럽차 질주…제조사별 '전동화' 속도 다른 이유

경제

뉴스1,

2026년 4월 08일, 오전 07:07

독일 뮌헨 BMW 그룹 공장에서 생산된 BMW 중형 전기 세단 'i3'의 모습. i3는 중형 전기 SUV 'ix3'에 이어 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를 기반으로 제작된 두 번째 차량으로 오는 8월 본격 양산된다(BMW 코리아 제공). 2026.4.7.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새로운 전기차를 개발·양산하고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공개하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개발을 취소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안방 전기차 시장의 성장 여부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동화 속도가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BMW '노이어 클라쎄' 공장에 1.8조원 투자…르노 韓서 중·대형 전기차 개발·양산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 BMW그룹은 독일 뮌헨 공장에서 오는 8월부터 중형 전기 세단 'i3'의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 3월 출시된 중형 전기 SUV 'ix3'에 이어 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를 기반으로 제작된 두 번째 차량으로, 1회 충전 시 900㎞를 달릴 수 있어 비공식 유럽 최장 주행 거리를 자랑한다.

BMW그룹은 i3 생산을 앞두고 지난 4년간 뮌헨 공장에 6억 5000만 유로(약 1조 1200억 원)를 투자,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공장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했다. ix3가 생산되는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은 10억 유로(약 1조 7300억 원)를 들여 2018년 신설했다. 앞으로 ix3·i3 두 차종을 기반으로 노이어 클라쎄 전동화 라인업을 확장해 203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는 게 그룹의 목표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지난달 발표한 그룹 중장기 전략 '퓨처레디(futuREady) 플랜'을 한국 취재진에 설명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르노코리아 제공). 2026.4.3.

프랑스 르노그룹도 전동화 고삐를 바짝 좼다. 르노그룹은 지난달 중장기 전략 '퓨처레디 플랜'을 통해 2030년까지 르노, 다시아, 알핀 등 브랜드를 통틀어 총 36종의 신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배정된 22개의 신차 중 16종은 전기차로 확정됐다. 이를 통해 르노 브랜드는 2030년까지 유럽 내 신차의 50%는 전기차, 나머지 50%는 하이브리드로 판매해 100% 전동화에 도전한다. 유럽 외 지역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비중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특히 르노는 전통적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A(경형)·B(소형)·C(준중형)는 물론 D(중형)·E(준대형) 세그먼트에서도 전기차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그룹 내 대표적인 D·E 세그먼트 차량 연구·생산 거점인 르노코리아 중앙연구소와 부산공장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협업도 강화한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이지난 5일퓨처레디 플랜 공개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한국을 찾은 배경이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9월 IAA 모빌리티쇼에서 발표한 도심형 전기차 전략의 결실을 올해 보게 된다. 그룹의 대표 브랜드 폭스바겐은 올해 하반기 유럽 시장에 소형 전기 SUV 'ID.크로스'와 소형 전기 해치백 'ID.폴로' 등 2개 차종을 출시한다.

두 모델 모두 판매 시작가가 2만 유로(약 3400만 원) 후반대에 책정될 예정이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외에도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본 트림에 넣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폭스바겐이 올해 하반기 유럽 시장에 선보일 소형 전기 SUV 'ID. 크로스'의 콘셉트카 모습(자료사진. 폭스바겐 홈페이지 갈무리). 2026.3.26.

포드·혼다, 전기차 시장 역성장에 '백기'…"전동화 포기하면 판매격차 더 벌어져"
반면 미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화 속도 조절을 넘어 전기차를 아예 포기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12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차세대 전기 상용 밴 개발 계획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은 출시 3년 만인 지난해를 끝으로 생산을 중단했다.급기야 SK온과의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합작 관계는 올해 1분기 청산했다.

일본 혼다는 지난달 최대 2조 5000억 엔(약 24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국 전자회사 소니와 함께 개발하기로 한 전기차 '아필라'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관련 개발 프로젝트가 출범한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초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납품을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일본에서도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 혼다는 이미 북미에서 만들기로 한 '혼다 0 SUV' '혼다 0 살룬' '아큐라 RSX' 등 전기차 3종 개발도 중단한 상태다.

자국 전기차 시장 상황에 회사 전동화 전략이 좌우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2024년 역성장했지만, 지난해 29.7% 증가한 258만 5187대가 팔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한 125만 5714대로 10년 만에 뒷걸음질했다. 일본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6만 677대로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유럽 브랜드 점유율이 높지 않은 점도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지 않은 이유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정책연구소 자문위원은 "전동화를 포기한 업체들이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거론하지만, 결국 하이브리드도 전기차로 가기 위한 일종의 '다리' 역할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이자 그간 하이브리드 판매에 집중해 온 일본 도요타그룹조차 2030년부터 연간 350만대의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유럽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체 신차의 1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가 2035년부터 시행되면 전동화에 속도를 낸 기업과 손 놓은 기업 간 글로벌 판매량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은 이미 중국 전기차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6'가 열린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소니혼다모빌리티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전기차 '아필라'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2026.1.7 © 뉴스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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