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최지환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대기업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 구조를 둘러싼 첫 판단이 나왔다. 노동위원회가 포스코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고 원청 사용자성도 일부 인정하면서, 향후 대기업 원·하청 교섭 지형을 가를 기준이 제시됐다는 평가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8일 포스코 하청노조들이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에서 '인정'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련과 분리된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복수 하청노조 간 교섭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쟁점이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을 허용하면서도, 하청노조 간에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노동위원회가 분리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조 간 이해관계·업종 특성 차이 기준 삼아…두 노조와 분리교섭 결정
노동위는 이번 판정에서 노조 간 이해관계와 갈등 구조, 업종 특성 차이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금속노조의 경우 기존 공정대표 관련 분쟁 등을 고려해 노조 간 갈등 가능성과 이익대표성을 검토했고, 플랜트건설노조에 대해서는 건설업 특유의 작업방식과 업무 성격 차이를 반영해 별도 교섭단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판정에서는 원청인 포스코의 사용자성도 일부 인정됐다. 노동위는 산업안전 관련 교섭 의제에 한해 포스코가 하청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 단독으로는 위험요인 제거와 안전설비 설치 등 구조적 개선이 어렵고, 관련 의사결정이 원청의 관리·통제 아래 이뤄진다는 점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단순히 교섭 구조를 나누는 것을 넘어, 해당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당사자 적격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즉 분리교섭이 가능하다는 것은 해당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됐음을 내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교섭 범위는 모든 사안에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위 판단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인정되는 범위'에 한해 적용되며 의제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판정은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단위 분리를 동시에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용자성은 원청이 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개념이고, 교섭단위 분리는 교섭을 몇 개 단위로 나눌지를 정하는 절차로 법적으로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두 판단은 현실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근로조건, 고용형태, 노조 간 이해관계 등이 함께 검토되면서 원청의 개입 수준이 드러나고, 분리교섭이 진행될 경우 개별 교섭 과정에서 이러한 지배력 범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정은 향후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교섭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대기업 원·하청 교섭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판정 수용 시엔 교섭요구 사실 공고…경총 "인정 기준 엄격히 적용해야"
한편 포스코가 이번 판정을 수용할 경우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통해 추가 교섭 참여 노조를 7일간 모집한 뒤 교섭단위를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경영계는 이번 판정과 관련해 원청 사용자성 인정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상대방이 되기 위해서는 하청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 권한이 인정돼야 한다"며 "일시적인 개입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통제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도급이 여러 단계로 이뤄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직접 계약 당사자인 수급인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이해관계 차이가 크지 않거나 교섭 의제가 동일한 상황에서 교섭단위를 무리하게 분리할 경우 교섭 혼란과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reshness410@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