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대포해상풍력 조감도
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영국 코리오제너레이션은 최근 한국 법인을 해체하며 사실상 국내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의 해상풍력 계열사인 코리오 국내 법인은 한국남부발전·SK에코플랜트 등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96메가와트(㎿) 규모의 부산 다대포해상풍력과 총 1.5기가와트(GW) 규모의 울산 귀신고래 1~3호 해상풍력 사업 등을 추진해 왔으나 이번에 투자를 철회하게 됐다. 이에 각각의 사업들은 지속 추진을 위해 사업 주체 변경 등을 검토 중이다.
◇외국계 잇따른 이탈에 산업 생태계 ‘흔들’
노르웨이 에퀴노르도 오랜 기간 추진해 온 750㎿ 규모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올 들어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독일 RWE 역시 올초 서해해상풍력(495㎿)과 신안 늘샘우이해상풍력(510㎿) 등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현대건설과 진행 중인 통영미래해상풍력 사업(360㎿)에 집중하는 등 국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다.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조사인 덴마크 베스타스의 3000억원 규모 목포 터빈공장 건설 계획도 지난해부터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외국계 개발사의 사업 중단과 투자 축소로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해상풍력 업황 악화와 군 작전성 협의를 비롯한 국내 규제에 따른 사업 지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2020년 이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금 조달 부담 확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위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각종 규제가 사업의 발목을 잡자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해상풍력 사업 추진의 최대 난제로 떠오른 군 작전성 협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주도로 일괄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까지 국방부의 동의를 얻은 곳은 87곳 중 14곳에 불과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아직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 전쟁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군 작전성 평가에 따른 인허가 지연과 전력계통 확보의 어려움, 무리한 국산 공급망 요구 등이 맞물려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 유럽 해상풍력 기업 한국 사업 현황. 부산 다대포와 울산 귀신고래, 서해, 늘샘우이 해상풍력 등은 유럽 사업자가 철수한 가운데 사업 지속을 위해 사업 주체 변경 등을 추진 중이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풍부한 경험을 지닌 유럽 기업의 잇따른 이탈로 정부 해상풍력 보급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앞서 2030년까지 14.3GW 수준의 보급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까지의 누적 보급 물량은 불과 350㎿에 불과하다. 계획대로 시공 중인 곳도 전남 낙월해상풍력(365㎿) 한곳뿐이다.
정부는 2030년 10.5GW(착공 포함), 2035년 25GW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지난해 12월 새로 세우고, 지난 6일에는 다시 2030년 3GW 보급 목표를 발표하는 등 단기 목표치를 현실화하고 있지만, 유럽 기업의 잇따른 철수 움직임에 현실화한 목표치마저 달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중부발전·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신안우이 해상풍력(390㎿)이 올 초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으로 선정돼 75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등 국내 개발사 주도 사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명운산업개발이 진행 중인 낙월해상풍력도 최근 공정률이 70%를 넘어서는 등 연내 준공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개발사 중심의 사업 추진만으로 정부의 공격적인 보급 목표를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국내 개발사의 해상풍력 트랙 레코드(기존 실적)는 외국계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며 “자본력과 기술 노하우를 가진 외국 파트너가 빠진다면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기 어려워져 전반적인 사업 속도가 더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 육성 기회로 삼되 경험 많은 유럽 기업의 경쟁 참여를 위한 투자 환경 개선과 규제 완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의 이탈을 국내 기업 육성 기회로 삼되 외국 개발사의 경쟁 참여를 독려해야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