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탈취 관행에 제동…정부, 왓챠 손 들었다 [only이데일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9일, 오후 07:07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토종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왓챠와 LG유플러스(032640)의 기술탈취 분쟁에서 정부가 왓챠의 손을 들어줬다. 대기업의 실사 후 기술·데이터를 흡수해 유사 서비스를 내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결정이라는 업계 평가다.

왓챠피디아와 U+tv 모아의 콘텐츠 상세 페이지 비교. (사진=왓챠)
9일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에 따르면 지식재산처는 지난달 말 LG유플러스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시정권고 결정’을 통해 LG유플러스가 왓챠의 데이터를 침해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내용으로 하는 확약서를 작성해 지식재산처로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왓챠는 2024년 9월 LG유플러스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식재산처(당시 특허청)에 신고했다. LG유플러스가 왓챠 투자를 이유로 실사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침해했고, 데이터베이스(DB) 공급 계약 조건을 위반해 각종 신규 서비스에 왓챠 데이터를 무단 사용한 혐의다.

왓챠는 이미 2023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LG유플러스를 기술 탈취로 신고 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왓챠가 제공한 기술을 이용해 LG유플러스가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심사불개시를 결정했다. 공정위의 심사불개시 이후 LG유플러스는 2023년 12월 왓챠의 콘텐츠 추천·평가 서비스인 ‘왓챠피디아’와 흡사한 ‘U+tv 모아’ 서비스를 출시했고, 왓챠와 유사한 시스템의 U+모바일TV, 아이들나라 등 자체 OTT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지식재산처는 왓챠의 데이터가 축적·관리되는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로 판단했다. 지식재산처는 결정문에서 “2012년 8월 부터 현재까지 왓챠피디아라는 영화 평가·추천 서비스를 통해 영화 별점이나 평가자 수 등의 정보들을 수집·관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정보들을 구조화해 데이터를 구축하였는 바, 이 데이터는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있는 영업상의 정보에 해당한다”며 “‘U+tv모아’ 서비스에 데이터를 활용 가능한 상태로 저장한 행위는 사용 행위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 시간 소모적인 분쟁에 시달리는 동안 왓챠의 성장 동력은 꺾였고 결국 2025년 8월부터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경청 관계자는 “왓챠 건은 최초로 데이터 침해를 인정받아 의미가 크다”며 “지난한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 기업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술탈취 피해 기업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피해 구제 지원인데 시정권고에 그친 부분은 아쉽다”고 전했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왓챠가 이번 기술탈취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인수전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왓챠가 보유한 데이터 자산과 플랫폼 경쟁력이 법적으로 인정 받으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기존 대기업들이 기업 실사에 들어왔다가 철회하고 비슷한 자사 서비스를 내는 문화는 근절돼야 한다”며 “현재 왓챠는 지속적으로 캐시플로우가 돌고 있는 만큼 회생 절차를 거쳐 매각이 성사될 경우 채무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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