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합의에 국제유가 급락했지만…정유·석화 재고손실 '빨간불'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9일, 오후 07:17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미국·이란의 휴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3% 넘게 폭락하면서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불안하기만 하다. 재고평가손실 리스크가 새로운 불안 요소로 떠올라서다. 당장 올 1분기에는 유가 급등으로 정제마진도 크게 개선되며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2분기부터는 유가가 확 빠지며 실적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와 함께 급락했다. 8일(현지시간) 기준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18.54달러(16.41%) 내린 94.41달러에 마감했다.

호르무즈해협.(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는 미국의 이란 공습과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전쟁 발발 전 60달러대에서 머물던 유가는 발발 직후 치솟더니 3월 30일부터는 100달러를 돌파하며 ‘제 3차 오일쇼크’가 터졌다는 분석들도 나왔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의 20~2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따른 여파였다.

유가가 상승하며 정유업체의 실적 가늠자로 여겨지는 정제마진 또한 크게 올랐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했을 때 남는 이윤을 일컫는다. 보통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중동 전쟁 이후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 수급이 불안한 것은 악재지만, 반대로 정유 제품 공급이 줄어들며 수익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올 1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561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215억원 손실 대비 큰 폭으로 흑자전환하는 것이며, 지난해 4분기(3719억원)과 비교해서도 약 50%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휴전으로 유가가 급락하며 2분기부터는 실적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고평가손실이란 재고자산의 시가가 취득원가보다 하락한 경우 그 차액을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가가 약세일 때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총 수조원의 재고평가손실을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석유화학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석화업계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2월 전쟁 전에는 톤(t)당 600달러 수준이었으나, 4월 현재 평균 1172달러로 90% 넘게 폭등한 상태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현재 높은 가격으로 나프타를 들여오고 있는데, 전쟁이 끝나고 나프타 가격이 하락하면 이는 고스란히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가와 별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움직임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를 하루 약 12척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아직 통행료 지불 대상과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정유 및 석화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상황은 바로 유가가 크게 변동하는 것”이라며 “종전이 이뤄지고 원유 공급이 안정화하기까지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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