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지정학 위기부터 상법개정까지…“산업별 크레딧 옥석 가리기 본격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09일, 오후 05:3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김연서 기자]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산업 및 금융업계의 크레딧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등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력 산업들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공급망 붕괴로 직격탄을 맞으며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에 내몰렸다.

여기에 증권 등 금융권 역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자본 확충 부담과 상법 개정에 따른 신용도 하락 우려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하면서 기업들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및 대응 역량에 따른 크레딧 시장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왼쪽)과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가 9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KIS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질의응답을 진행 중이다.(사진=이건엄 기자)


한국신용평가는 9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KIS 크레딧 이슈 세미나’를 통해 각 섹터별 직면한 위기와 돌파구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석유화학 업계는 벼랑 끝에 몰렸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수급 차질이 발생하며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및 국내 업체들의 압박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인 마진 확대는 향후 비용 부담 상승으로 빠르게 상쇄될 것이란 전망이다.

위기 돌파를 위해 업계 전반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대산 1호, 여수 1호 등)이 추진 중이나, 업체별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9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KIS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K-IB 2.0: 머니무브 속 종투사의 현주소, 성장 전략과 리스크 점검’ 세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연서 기자)


김 연구위원은 통합 법인 형태인 HD현대케미칼 등은 수익성 개선 여력이 크고 명확한 수혜가 예상되지만, 존속 법인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은 실질적인 재무 부담 축소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해 국내 주요 NCC 업체들의 신용도 하락 압력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이차전지 업계는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의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주목하고 있지만, 크레딧 관점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김응관 선임애널리스트는 “ESS는 부진한 실적을 방어할 ‘보완재’일 뿐, 전기차 수요 둔화를 온전히 상쇄할 ‘대체재’가 되긴 어렵다”고 짚었다. 특히 시장이 단가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중심으로 형성돼 전기차 수준의 초과 이익을 내기 어렵고, 공급 전환 속도가 빨라 자칫 ‘제2의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체별 실적 기여도 역시 북미 생산 인프라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효과로 연 1조 원가량의 영업이익 창출이 기대되나, 후발주자인 SK온은 단기적 매출 기여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배터리 소재사인 포스코퓨처엠 역시 설비투자(CAPEX) 부담이 남아있어 차입 부담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9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KIS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연서 기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IB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본 확충과 유동성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예일 수석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증권 등 최상위 종투사의 자본금이 8조 원을 돌파했으나, 모건스탠리(162조 원) 등 글로벌 주요 IB와 비교하면 격차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기 자금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유동성 관리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주주 권익 강화가 도리어 채권자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익수 수석애널리스트는 “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강화되면 채권자의 회수 안정성이 훼손되고 부의 이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과도한 주주환원이 기업의 손실흡수력을 제약할 수 있어, 향후 보수적인 재무약정 설정 등 회사채 약정 구조 강화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자기주식을 자금 조달이나 경영권 방어에 활용해 온 기업일수록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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