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플라스틱 생산 기업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뉴스1 김영운 기자
국내 주요 5개 나프타 분해설비(NCC) 업체의 재무 상태가 적정 신용등급 수준에서 벗어나 관찰·주의·경고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고강도 사업 재편에 돌입했지만 기업별로 신용도 전망은 엇갈린다.HD현대케미칼은 대규모 금융 지원과 롯데 대산공장 합병에 따른 통합 시너지를 바탕으로 수익성과 재무 지표가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해외 실적·전지 소재 부진에 따른 장기간 손실, LG화학은 사상 첫 연간 영업적자와 현금창출력을 웃도는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으로 등으로 실질적인 재무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이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6. 4. 9/뉴스1 황진중 기자
65% 비중 중동발 원료 대란에 멈춘 공장…재무제표 경고등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NCC 업체별 사업 재편 효과와 신용도 전망' 세미나에서 "이번 사태는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 등 과도하게 집중된 국내 석유화학 원재료 공급망의 구조적인 리스크를 극명하게 부각시켰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어 "업황 부진으로 2025년 말 기준 주요 5개 NCC 업체 모두 실제 재무제표가 적정 신용등급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 안전 구간을 이탈해 관찰·주의·경고 구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나프타 수입 중 중동 물량은 약 65%를 차지한다. 비중이 큰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수급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석유화학 단독 NCC와 정유사 연계 NCC 업체들의 재고는 10~15일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천NCC를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주요 업체들은 최소가동률 수준으로 공장을 운영하거나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상대적으로 중동 원료 의존도가 낮은 SK지오센트릭조차 일부 감산을 진행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업황 악화는 기업 신용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 지표는 부여된 신용등급 수준을 크게 밑돈다. 이들의 신용등급은 '관찰'과 '경고' 구간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현 등급 수준 대비 재무제표 괴리율이 심화하면서 중단기적인 신용도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존 위한 산단 별 사업재편…합병 법인 위주 수혜 예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단지별로 대규모 합종연횡이 진행 중이다.
대산 1호 사업재편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에틸렌 110만톤(110만t) 규모 롯데 대산 NCC는 가동을 중단하고 통합법인은 운영 최적화에 나설 예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HD현대케미칼은 효율성이 높은 중질유 석유화학설비(HPC)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2026년부터는 사업 재편의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통합 운영에 따른 비용 절감과 고부가가치 소재(스페셜티) 비중 확대로 수익성 개선 여력이 커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존속법인들은 사업재편 효과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NCC 연결 순익 제외로 손실 축소는 가능하지만, 이관 차입금에 대한 자금 보충 등으로 실질적인 재무부담 축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NCC 업체별 사업재편 후 재무구조 개선 효과 전망.(한국신용평가 자료)/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업체별 신용도 전망 엇갈려…HD현대 '청신호' 롯데·LG '부담'
한신평이 진행한 세부 실적과 재무 추정을 살펴보면 HD현대케미칼은 채권단과 주주사로부터 대규모 금융 지원이 확정됐다.
이관받은 설비 가동 중단 등의 부담은 자본 확충으로 상쇄 가능하다는 평가다. 통합법인 시너지 창출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 지표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김 연구위원은 롯데케미칼에 대해 "해외 NCC 실적 부진과 전방 전기차 수요 악화에 따른 전지 소재 부문의 부진으로 단기간 내 연결 기준 영업 흑자 전환은 쉽지 않다"며 "장기간 손실 지속 및 실질적 재무 부담 완화의 어려움으로 인해 신용도 하향 압력 등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LG화학은 2025년 4분기 주력 사업 부문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서며 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사상 첫 연간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김 연구위원은 "2026년 실적 또한 석유화학 공급 과잉과 원료 조달 리스크, 전기차 수요 약화로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 규모를 조절해도 연결 설비투자가 영업창출 현금을 상회해 신용도 부담이 과거 대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망 리스크 완화를 위해 사업 재편의 필요성이 높아졌으나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전반적인 사업 재편 효과는 다소 느린 속도로 점진적으로 발현될 것"이라며 "재무제표 개선에 소요되는 시간과 최근의 업황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국내 NCC 업체들 전반의 신용도 하향 압력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