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만으론 S급 인재 유치 어려워…압도적 보상·평생연구 보장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6:14

[이데일리 김정남 송재민 박원주 기자] K반도체가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그에 따른 보상 체계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만 해도 사상 초유의 500조원(양사 합산), 내년에는 무려 1000조원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상 수준 역시 글로벌 빅테크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1000% 지급 상한을 폐지하면서 임직원들이 또 다시 목돈의 성과급을 쥘 게 유력하다. 이데일리가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447조원)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내년 임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12억9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성과급 백만장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현재 노사 협상 중이지만, 최근 제시한 안을 보면 전례 없는 수준의 보상을 할 게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 협상에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제시했다. 이 안을 기준으로 보면 메모리 외에 파운드리, 시스템LSI, 스마트폰, TV, 가전, 의료기기 등의 임직원들 평균은 3억9000만원이다. 압도적인 성과를 낸 메모리의 경우 SK하이닉스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 될 게 유력하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S급 인재에게 더 파격적인 보상을”

규모만 보면 두 회사 모두 말그대로 글로벌 톱 빅테크 수준에 오른 것이다. 다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마냥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갈수록 중요해지는 반도체 보상 체계, 인재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본지 통화에서 “불경기에 대비해 유보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는 특히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필요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 인재들이 의료계보다 산업계로 올 수 있고 해외 인재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 겸 대학원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제도로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며 “두 회사 연봉은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데, 재직자들의 사기 진작과 구직자들의 선호도 제고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두 회사가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면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국내 인재 유입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다만 K반도체의 보상 체계가 손 볼 곳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성과급을 주는 방식은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테면 특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 TV, 가전 등 사업 성격이 다른 완제품까지 하고 있어, 차별화된 보상 체계에 대한 고민이 있다.

신현철 교수는 “최상위 S급, A급 인재 유치는 성과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장기 보상 제도, 예컨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처럼 보다 파격적이고 정교한 인센티브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SU는 일정 성과를 달성한 임직원에게 회사가 현금 대신 양도 시점을 제한해 지급하는 주식을 말한다. 김형준 교수 역시 “더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보상 체계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인재 ‘평생 연구’ 지원해야”

홍기용 교수는 “성과급 확대가 단기간에 인재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는 단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년이 없는 의사 등은 안정성이 강하다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노후 보장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군인공제회 등과 같은 ‘반도체기술인공제회’(가칭)를 만들어 운영하거나, ‘국가핵심 연구개발 인력’(가칭)을 신설해 평생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신현철 교수는 “최상위 인재 유치와 장기적인 인재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기 보상 체계와 커리어 생태계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인재 육성의 방향이 석·박사 수준의 연구 인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형준 교수는 “정부에서 특성화대 등을 많이 쏟아내고 있지만 다소 단편적인 것으로 본다”며 “학사 졸업만으로는 업계에 들어서기엔 반도체 기본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석박사 정도는 돼야 실제 현장에 가서 연구를 할 수 있다”며 “한국이 팹리스가 잘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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